“우리 모두의 문제” 파업 응원 교육현장…노동인권교육이 변화 불러왔나

“우리 모두의 문제” 파업 응원 교육현장…노동인권교육이 변화 불러왔나

기사승인 2019-07-04 15:03:18

급식 조리원, 돌봄전담사 등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임금인상과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지 이틀째다. 학교 현장에서 지지의 목소리가 잇따른 것을 두고 노동인권교육의 효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온라인상에서는 인천 서흥초등학교가 배포한 가정통신문이 화제가 됐다. 지난달 28일 학교 측은 학부모들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내 빵과 음료 등을 대체급식으로 제공한다고 알렸다. 동시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학부모들이 느끼는 불편에 대해서도 “누군가의 권리를 함께 지켜주는 일”이고 “우리 모두를 위하는 일”이라는 걸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김지국 서흥초등학교 교장은 파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학교 풍경을 전했다. 4일 김 교장은 tbs ‘김어준의뉴스공장’에 출연해 “학부모들이 당연히 항의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불만 전화가 아직까지 없다”면서 “오히려 학부모들이 ‘좋은 교육 고맙다’는 말을 전하는 등 파업을 바라보는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고 발언했다.

학부모들과 시민단체의 지지선언에 이어 학생들까지 나섰다. 경남 의령군에 위치한 의령초등학교에서는 어린 학생들이 ‘힘내세요’ ‘잘 다녀오세요’ 등 응원하는 쪽지를 붙였다. 특성화고인 광주전자공고 학생들은 “우리나라 전체 비정규직 중 고졸 노동자는 40%를 넘는다. 고졸 노동자 중 비정규직이 50% 이상”이라며 “우리가 졸업하면 비정규직이 된다는 얘기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파업은) 미래 우리들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올려 많은 네티즌들이 공감했다.

노동자들의 파업을 두고 이기적인 행동이라며 비판 여론 일색이던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노동자 간 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이 대두됐고, ‘남의 일이 아니다’라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정호 전국학교비정규직 노조 정책실장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올해 유독 응원의 메시지들이 많다”면서 “파업은 국민 누구나 가지는 기본권이라는 생각이 우리 사회에 확산된 것 같다. 언론도 파업으로 인한 불편보다는 왜 파업을 하는지 그 이유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학생들이 노동 인권 교육을 많이 받은 것도 한 몫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동인권교육이 이처럼 달라진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해 교육부는 직업계고(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일반고 직업계열) 학생과 교원을 대상으로 산업안전보건교육과 노동인권교육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또 서울교육청 등 각 지역 교육당국이 '노동인권교육 활성화 조례'를 제정하면서 지도자료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는 “지역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2~3년 전부터 일선 교육현장에서 노동인권교육이 시작됐다”면서 “아직 기성세대들은 파업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교육을 받은 어린 학생들, 그리고 교사들 사이에서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보교육감들이 대거 진출한 환경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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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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