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암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사들 사이에서 환자와 보호자에 대한 불만이 커져가는 분위기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쉽고 빠르게 온라인에 접속할 수 있고, 각종 정보와 지식들을 습득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 삶에 대한 절실함이 큰 환자들의 때론 날카롭고, 때론 엉뚱한 질문들이 그들을 덮쳐 당혹스러울 때가 많아졌다는 이유에서다. 심지어 불신 가득한 시선이나 따지는 듯한 말투에는 화가 날 때도 있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그 때문인지 최근 수년간 암을 치료해온 대형 상급종합병원들 사이에서 환자와 보호자에게 암이나 암과 관련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는 움직임들이 늘고 있다. 이에 2014년부터 환자들과 소통을 시작한 연세암병원 ‘암지식정보센터’를 다녀왔다. 센터는 암병원 3층 하행선 에스컬레이터 앞, 두경부암·식도암·폐암센터 옆 ‘노아의 방주’ 내에 위치해있다.
새로운 인류를 위한 마지막 보루이자 구원을 상징하는 노아의 방주처럼 암 환자들이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일까, 센터의 위치가 절묘했다. 더구나 그들이 내세운 존재이유도 여기에 부합했다. 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이기도 한 윤홍인 센터장은 센터를 “암환자와 가족이 암을 올바르게 알고 즐겁게 소통하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암이라는 말을 들으면 일단 환자나 보호자들은 삶에 대한 의지를 잃고 안 좋은 생각부터 한다. 하지만 삶에 대한 욕구가 살아나면서부터 온라인 상에 떠도는 소문이나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정보제공을 위해 의료진과 각 분야 전문가들이 전달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정보센터는 역할에 충실하고자 ▲암의 치료법 ▲증상관리 ▲치료 후 영양섭취 ▲운동법 ▲심리사회적 지지프로그램 등의 서비스를 무상으로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센터를 찾는 모든 이들에게 제공한다. 여기에 진단 직후 환자와 보호자가 올바른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길잡이 상담’이나 미술치료나 음악치료, 웃음치료, 심지어 여성암환자의 성생활이나 발마사지 등 50여개 참여형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정보센터가 전하고자하는 희망을 환자들도 봤을까, 해마다 5% 이상 방문자가 늘고 있다. 의료진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나 환자를 보내는 경우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윤 센터장은 “정보센터는 모든 이들에게 열려있고, 모든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눌 수 있는 곳”이라며 “환자들이 (정보센터에서) 짧은 진료시간과 무거운 분위기 때문에 풀지 못했던 정보에 대한 욕구를 풀어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연세암병원처럼 암환자를 위한 도전을 하고 있는 곳이 또 있다. 인하대병원은 연세암병원 암지식정보센터를 벤치마킹해 기존의 암통합지원센터에 정보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 7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나설 예정이다.
병원은 이 곳에서 질환과 치료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교육프로그램과 치료 중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할 참여형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암 생존자의 재활을 돕기 위해 학교 스포츠과학과와 협력해 재활 프로그램도 개발해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이 외에도 여러 병원에서 암환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통해 올바른 정보와 지식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같은 병원들의 변화를 두고 윤 센터장은 “온라인의 정보는 정확한 정보도 있지만 부정확하거나 잘못된 정보도 많다. 문제는 환자들이 이런 정보를 제대로 선별하기 어렵다는 것”이라며 “치료효과를 위해서라도 전문가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잘 활용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