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이 일본의 언론자유 실태를 지적하며 “독재국가 같다”고 비판했다.
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5일 게재된 인터넷판 기사에서 “일본은 언론의 자유가 헌법에서 소중히 다뤄지고 있는 현대 민주주의 국가이지만, 정부는 가끔 독재 체제를 연상시키는 행동을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어떤 언론인들의 기자회견 접근을 거부하거나 기자들을 통제하기 위해 정치와 언론사 경영진 사이의 사교 관계를 활용한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렇게 일본 정부의 언론관을 비판하면서 도쿄신문 사회부의 여성 기자인 모치즈키 이소코(望月衣塑子·44)의 사례를 소개했다.
모치즈키 기자는 하루 두차례 진행되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의 정례 기자회견에서 끈질긴 질문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가 장관이 성의 없게 답변을 하자 그는 한 기자회견에서 23회나 비슷한 질문을 반복해 통상 10분 정도인 기자회견 시간이 40여분으로 길어진 적 있다.
스가 장관은 이와 관련해 도쿄신문에 ‘추측에 근거한 부적절한 질문을 반복한다’며 모치즈키 기자를 기자회견에 보내지 말 것을 요구했고, 언론계는 거세게 반발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기사에서 스가 장관이 기자회견에서 도쿄신문 기자의 질문에 대해 “당신에게는 답할 필요가 없습니다”고 말했다는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또 지난 3월에는 스가 장관 등 일본 정부에 대해 언론인들 600명이 집회를 열고 ‘진실을 위한 싸움’을 호소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상황의 배경에 ‘기자클럽(기자단)’ 제도가 있다고 지적하며 “(기자들이)클럽에서 배제되거나 정보에 접근하는 특권을 잃어버릴 것을 우려해 당국자와의 대립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의 이 기사는 아사히신문과 도쿄신문 등에 보도되는 등 일본 언론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언론자유 수준은 지난 2012년 제2차 아베(安倍) 정권 출범 이후 급격히 낮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 언론감시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언론자유지수(World Press Freedom Index) 평가에서 일본은 2011년 32위였다가 올해 4월에는 67위로 하락했다.
이와 관련해 데이비드 케이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지난 2017년에도 일본의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됐다고 비판한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다. 그는 지난달에도 일본에는 현재도 언론의 독립성에 우려가 남아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썼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