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망의 발달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흐려지며 진정한 연결사회(Network society)의 서막이 열렸다. 흔히 5G라고 불리는 통신서비스가 상용화되며 사물과 사물이, 사물과 인간이 소통하고 공간의 제약이 사라진 시대로 접어든 셈이다. 하지만 의사들은 일련의 변화가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의사전용 지식·정보공유 서비스 인터엠디(interMD)를 운영하는 인터엠디컴퍼니가 지난달 27일 의사 회원 5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원격의료 혹은 진료’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를 8일 발표했다. 5G서비스가 산업 현장 특히 의료계에 많은 변화를 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리고 일련의 판단은 일부 유효했다.
설문결과, 의사들은 원격의료(진료)가 시대적 흐름이라는 것에는 동의하면서도 여전히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고, 환자와 국민의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더불어 다양한 제도적 보완과 지원이 우선 고려돼야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먼저, 복수응답을 허용했을 때 의사들의 58%는 원격진료를 ‘화상진료’라고 답했고, 42%는 ‘물리적 거리가 있는 의사들 간 질병에 대한 소견 나눔’이라고 응답했다. 이 외에는 ‘진료기록이나 의료영상 및 병리사진 전송(37%)’, ‘환자의 웨어러블 기기 데이터 정보제공(35%)’, ‘스마트폰을 이용한 심전도 등 소견 제공(31%)’ 등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다만 일련의 원격진료행위에 대한 인식은 아직 부정적이었다. 응답자의 23.7%는 매우 부정적, 37.7%는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보통이라는 응답도 23.7%에 이르렀다. 전체 응답자의 61.4%가 원격의료에 대한 거부감을 표현한 셈이다. 그리고 이러한 응답의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환자의 건강’이었다.
의사들 사이에서도 원격의료가 환자의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인지 아닐지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었다. 도움이 된다는 이들이 44%,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들이 40%로 비슷했고, 모르겠다는 의견도 16%였다.
오히려 의사들은 68%가 ‘5G시대의 도래가 원격의료나 진료환경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84%가 ‘환자를 대면하지 못하면서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현재의 의료시스템으로 환자가 대형병원으로만 몰리며 의원경영이 악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61%에 이르렀다. 민감정보의 유출이나 해킹, 범죄악용 가능성도 47%로 높게 나왔다. 일련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원격의료가 순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수가정상화(72%)’를 꼽았다.
분명 사회적 흐름이기에 의료도 맞춰 변화하겠지만, 원격진료가 허용돼도 초진은 반드시 대면진료로 이뤄져야하고, 도입 이전에 시스템 정비를 확실히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상업화를 차단하고, 오진에 대한 책임 등을 분명히 할 법적·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