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물건을 어디다 두었는지, 또는 아는 사람들의 이름을 깜박하는 건망증. 대개 사소한 건망증은 질병으로 보지 않는다. 그런데 건망증과 함께 빈번한 음주 습관이 있거나 편두통발생이 잦고, 또 치매 가족력이 있는 40대 이상 성인이라면 ‘젊은 치매’를 의심해볼 수 있다. 65세 이전에 발병하는 젊은 치매를 초로기 치매라고 한다. 빠르면 30대에서도 이런 젊은 치매가 나타나는 데, 단순 건망증으로 여겨 조기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태반이다.
◇'필름 끊김'도 젊은 치매 증상...치매 환자 10명 중 1명은 ‘젊은 치매’
중앙치매센터의 ‘2018 대한민국 치매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치매 환자 수는 약73만 명(2017년 기준)으로 추정된다. 이 중 65세 미만 젊은 치매(초로기 치매) 환자 수는 약 7만 명으로 전체 치매환자의 9.7%를 차지한다. 치매 환자 10명 중 1명은 ‘젊은 치매’인 셈이다.
젊은 치매(초로기 치매)의 원인은 알츠하이머 치매, 혈관성 치매, 전두측두엽 치매, 알코올성 치매 등이 대표적인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알츠하이머 치매’는 초로기 치매의 원인 질환 중 3분의 1을 차지한다. 가족력이 흔하며 부모 중 어느 한쪽이 상염색체우성 알츠하이머병 유발 유전자(amyloid precursor protein, presenilin 1, presenilin 2)를 가지고 있을 경우 자녀에게 유전될 확률이 50% 가까이 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혈관성 치매는 뇌혈관이 막히거나 음주 등 나쁜 생활 습관에 의해 발생되는 치매다. 초로기 치매 원인 질환 중 두 번째로 흔하다. 어린 나이에 뇌졸중이 발생하고, 전조를 동반한 편두통이 흔하게 나타나며, 뇌 MRI에서 백질 병변이 보다 광범위하고 다양하게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 평균 발생 연령은 30대로 매우 젊다.
음주 또한 치매의 원인이다. 음주로 인한 초로기 치매는 약 10% 정도인데, 음주 후 흔히 말하는 필름이 끊긴 현상이 자주 반복된다면 치매의 위험이 높은 것으로 봐야한다.
이 같은 젊은 치매는 노인성 치매에 비해 진행이 빠르고 심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인지기능 및 일상생활 수행능력의 저하가 생산적 활동이 가능한 연령대에 나타남에 따라 환자는 직업 경력이 단절되고, 이로 인한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환자와 보호자가 경험하는 스트레스와 좌절감이 더 클 수 있다.
◇조기발견 놓치기 쉬운 젊은 치매, 주변의 관심 필요
잘 다녔던 길이 갑자기 기억이 나질 않거나 물건을 둔 곳이 기억나지 않아 한참 뒤에 찾게 되는 등 젊은 치매도 일반적인 치매 증상과 비슷하게 나타난다, 치매가 진행 중이라면 점차 기억, 이해, 판단, 계산능력이 둔감해지는 등 일상적인 생활이 어려워진다. 또한 일 처리가 느려지거나 있지도 않은 일을 하게 되는 이상 증세를 보이게 된다.
일반적으로 노년기 알츠하이머 치매는 초기 기억력 저하 증상으로 시작되어 이후 주의력, 언어, 시공간 능력이 떨어지고, 마지막에 전두엽 행동장애 등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이와 달리 초로기 알츠하이머 치매는 비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진단이 쉽지 않다.
특히 젊은 나이에 치매라는 생각에 쉽게 정신적으로 위축되고, 퇴행성 뇌 변화가 빠르게 올 수 있어 주변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 또 나이가 젊다는 이유로 초기에 알아채지 못해 조기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미 치매가 많이 진행된 뒤에 병원을 찾는 환자들도 많다. 젊은 나이일지라도 기억력 감퇴가 심각하게 나타난다면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치매는 기억력, 인지력을 관장하는 대뇌에 뇌신경세포 손상이 생기면서 나타나는 질병이다. 약물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생활 습관을 함께 개선해야 효과가 있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이재홍 교수는 “초로기 치매는 음주, 흡연, 대화, 식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는 것이 좋고, 이전에 하지 않았던 취미 활동을 새롭게 시작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일상에서 실천하는 치매예방 수칙 1.고혈압, 당뇨, 심장병, 높은 콜레스테롤을 치료한다 2.과음, 흡연을 하지 않는다 3.우울증을 치료한다 4.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나 취미활동을 지속한다 5.머리 부상을 주의한다 6.약물 남용을 피한다 7.환경이나 생활방식을 급격하게 바꾸는 혼란을 피한다 8.의식주는 독립심을 갖고 스스로 처리한다 9.체력에 맞게 일주일에 3일 이상 하루 30분 이상 운동을 한다 10.건강한 식이 생활을 한다 |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