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연예인 사건에 ‘통편집’ 수습… 필요한 건 ‘책임감’

이어지는 연예인 사건에 ‘통편집’ 수습… 필요한 건 ‘책임감’

이어지는 연예인 사건에 ‘통편집’ 수습… 필요한 건 ‘책임감’

기사승인 2019-07-17 07:04:00


방송가에 통편집과 재촬영의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연예인들의 사회적 물의가 잇따른 탓이다. 출연진 한 명이 일으킨 문제의 불씨는 함께 일한 제작진에게까지 튄다. 논란을 일으킨 연예인을 시청자에게 노출할 수 없기에 프로그램 제작진은 편집으로 흔적을 지우고, 다른 출연진을 물색하고, 재촬영에 나선다. 애먼 곳까지 피해가 번지는 셈이다.

지난달 8일 출발한 TV조선 특별기획 드라마 ‘조선생존기’는 반환점을 돌자마자 큰 위기를 겪었다. 주인공 한정록 역으로 출연 중이던 배우 강지환이 지난 12일 성폭행 혐의로 긴급체포 됐기 때문이다. 제작사와 방송사 측은 지난 13·14일 방송과 촬영을 중단하고, 강지환을 대체할 연기자를 물색했다. 주연배우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조심스럽게 조기 종영까지 점쳐졌지만, 15일 배우 서지석이 합류를 결정하며 다시 방송을 이어가게 됐다.

배우 오승윤은 고정 출연 중이던 MBC 예능 프로그램 ‘호구의 연애’에서 모습을 감췄다. 오승윤이 음주운전을 방조한 혐의로 입건된 사실이 지난 11일 알려지며 제작진이 서둘러 분량을 삭제했기 때문이다. ‘호구의 연애’ 측은 “오승윤 출연과 관련해 시청자들이 불편을 느끼실 것을 공감한다”라며 “14일 방송분부터 오승윤의 기존 촬영 분량 중 타 출연자들의 감정선 등 방송 내용 흐름상 불가피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최대한 편집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오승윤이 출연할 예정이었던 JTBC 드라마 ‘멜로가체질’은 재정비 기간을 거쳐 다음달 9일로 첫 방송을 미뤘다.

불법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고 집단 성폭행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준영은 문제가 불거지자 고정 출연 중이던 프로그램에서 모두 하차했다. 이로 인해 KBS는 간판 예능인 ‘1박2일’을 무기한 제작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1박2일’은 2016년 불법촬영 의혹으로 하차한 정준영에게 성급하게 복귀의 물꼬를 터줬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tvN ‘짠내투어’와 ‘현지에서 먹힐까’ 시즌3은 편집을 통해 정준영을 깨끗하게 지워냈다.

그룹 아이콘의 전 멤버 비아이는 SBS ‘정글의 법칙’ JTBC ‘스테이이지K’ ‘그랜드 부다개스트’ 등 여러 예능에 출연을 앞두고 있었지만, 마약 구매 및 투약 의혹이 불거져 모든 방송에서 통편집 당했다. 지난 4월 10일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된 방송인 로버트 할리는 그 주 방송한 MBC 예능 ‘라디오스타’에서 CG로 가려져 모습을 볼 수 없었다.

MBC 인기 예능 ‘나혼자 산다’ 300회 특집도 일부를 편집해야 했다. 밴드 잔나비의 보컬 최정훈이 부친이 사업 관련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출연진이 총출동해 운동회를 즐기는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최정훈의 모습을 찾아보긴 힘들었다.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은 비(非)연예인 출연진 때문에 연달아 애를 먹었다. 가수 겸 방송인 황광희 매니저 유시종이 과거 ‘일진’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황광희와 매니저가 함께 촬영한 분량은 내보낼 수 없게 됐다.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큰 사랑을 받은 개그맨 이승윤의 매니저 강현석은 과거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았다는 폭로가 불거져 방송에서 하차했다. 이후 출연진이 모두 MT를 가는 내용에서 그의 모습은 CG 처리됐다.

업계에서는 연예인들이 출연한 작품에 대한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방송 관계자는 “출연자의 사회적 물의나 사생활 문제가 불거지면 사안의 경중을 따지고 사실 여부를 파악한 후 방송과 편집 방향을 재조정해야 한다”며 “논의를 거쳐 통편집이나 재제작에 들어가면 작업량과 시간이 배로 늘어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경우 프로그램을 열의 있게 준비하던 제작진도 침통한 분위기에 빠진다”라고 토로했다.

한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연예인의 직업 특성상 문제를 일으키면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도 피해를 본다”며 “연예인들의 사회적 물의가 개인의 논란으로 국한되지 않고 소속사나 출연 프로그램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만큼, 연예인들이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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