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여의도 국민일보 12층에서 개최된 2019 미래의학포럼에서 박소라 인하의대 생리학교실 교수(재생의료전략연구소 센터장)은 '재생의료 어디까지 왔나'를 주제로 재생의료산업의 전망을 짚고, 한국이 나아갈 방향을 제안했다.
의료의 패러다임이 과거 진단과 치료 중심에서 예방과 완치로 변모하고 있는 가운데 박 교수는 '재생의료'를 미래의료의 핵심 트렌드로 손꼽았다. 변형 가능성이 무한하고 근본적 치료가 가능한 재생의료의 특징 때문이다.
재생의료는 손상된 인체의 세포나 조직, 장기를 대체하거나 재생시켜 정상 기능을 복원하거나 새로 만들어내는 의료기술을 말한다. 세포치료, 유전자치료, 이종장기 등이 대표적이다.
박 교수는 “재생의료는 다양한 약물, 소재 및 의료기기 등을 이용해 손상된 인체 부위의 재생을 촉진하는 기술로 더 이상 약이나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완치’를 목표로 한다. 재생의료가 일반 의약품과 다른 점은 살아있는 세포가 주재료라는 점이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기존 의료로 치료가 어려운 희귀·난치 질환 분야에서는 재생의료에 거는 기대가 높다. 그러나 합법을 넘나드는 해외치료관광이나 고가의 가격, 검증되지 않은 효과성 등으로 인한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는 상황.
이에 박 교수는 "새롭게 출현하는 신기술에 대한 기대와 불안이 공존하므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충분한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데이터와 증거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기단계 한정된 정보를 기반으로 사회적 수용에 대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은 지난 2011년 세계 최초로 즐기세포 치료제를 승인, 재생의료 산업을 발전시켜왔다. 그러나 아직 글로벌 시장에 비해서는 부족한 점이 많다.
미국재생의료산업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첨단재생의료산업에 있어 세포치료제 산업이 전체 56%를 차지하고, 치료제 기반사업도 44%에 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생산 플랫폼, 재료 등 치료제 기반 산업이 취약한 상황이다. 또한 재생의료 분야의 다양성도 해외보다 부족하다.
박 교수는 “최근 11년간 국내외 재생의료 임상시험 현황을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의 임상연구는 80%(199건)이상이 세포치료제 분야였고, 이 중에서도 줄기세포 분야가 가장 많았다. 반면, 해외 재생의료 임상시험은 세포치료제(67%) 외에 유전자치료제, 조직공학치료제, 세포유전자 치료제 등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며 “일본, 유럽, 미국 등 글로벌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만큼 연구의 다양성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재생의료 치료제의 제품화를 위해서는 첫째는 우수한 임상적 효능이 있어야 하고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당연히 고가이기 때문에 연구개발단계에서 부터 가격경쟁력을 고려해서 만들어야 한다. 또한 장기효능결과에 대한 축적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첨단 재생의료산업의 개선과제로 ▲재생의료 산업 전체를 고려한 국가 R&D 지원 전략 부족 ▲투자되는 국가 인프라의 통합·조직화 기능 부족 ▲국제협력 기회 확대 ▲치료용 세포제조 전문인력 부족 ▲재생의료치료제 파이프라인 부족 등을 지목했다.
국내 첨단재생의료산업은 효과성과 안전성 검증의 문턱이 높은 상황이다. 알맞은 규제환경 마련도 해결과제다.
박 교수는 “혁신기술에 대한 위험과 불확실성은 당연히 존재한다. 그러나 이는 기회를 놓칠 것이 아니라 철저한 관리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반증”이라며 “미국, 유럽, 일본은 이미 재생의료 관련 정책 및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우리도 재생의료 산업화를 촉진 및 지원하는 관련법 마련과 재생의료 임상연구 제도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임상연구 제도화는 치료가 절실한 환자에 치료 접근성을 증대시키고, 안전한 치료시스템 마련을 위한 것이다. 장기적으로 유효성이 우수한 치료제가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생태계 기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해 8월 국회에 발의된 바 있다.
재생의료 분야 아시아 시장의 성장가능성은 매우 높게 평가되고 있다. 향후 10년간 연평균 30%가량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박 교수는 “아시아 시장의 재생의료 성장이 매우 빠르다. 제조기반을 중심으로 대륙별 허브 전쟁이 치열한 가운데 우리 제약회사들의 재생의료 사업화 기회도 높아지고 있다”며 “줄기세포 치료제의 기술 혁신과 가격경쟁을 위한 제조기술 혁신, 그리고 혁신 기술에 대한 건강보험급여 전략, 다양한 파이낸싱 양상이 국내에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그는 “해결해야할 다양한 이슈들이 있지만, 무엇보다 재생의료산업 발전의 첫 단추가 첨단재생의료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일단 장이 펼쳐져야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해결책이 나오기 때문”이라며 “많은 이해당사자 간의 소통이 필요한 때다. 더 나은 방안으로 나아갈 수 있는 해결책과 감시책을 모색해달라”고 당부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