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다니엘. ‘분홍머리 걔’에서 ‘국민 센터’가 된 사나이. 그가 지난 25일 공개한 첫 번째 미니음반 제목 ‘컬러 온 미’(Color on me)는 스스로에 대한 탐구인 동시에, ‘나를 색칠해 달라’는 요구로도 읽힌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프리즘을 통해 강다니엘을 보고, 그의 색깔은 그렇게 다양해진다. 쿠키뉴스 대중문화팀 기자들이 각자 다른 시선으로 본 강다니엘의 모습들.
157만8837. 가수 강다니엘이 Mnet ‘프로듀스101 시즌2’(이하 프듀2) 최종 순위 발표식에서 얻은 투표수다. 역대 시즌 1위 연습생들 가운데서도 독보적으로 많다. 2~30대 여성들이 매주 금요일 밤 TV 앞을 지킨 데는 강다니엘의 공이 혁혁했다. 쳐진 눈과 다부진 몸매의 조화는 순정만화 주인공을 떠올리게 만들고, 눈이 휘어져라 웃다가도 무대에 오르기만 하면 180도 달라지는 모습은 소년만화 주인공의 설정 같다. 요컨대 강다니엘은, 비현실적이다.
“웃을 땐 진짜 밝은 애 같은데, 무대에서 이런 거 할 땐 되게 야하게 생겼어요.” ‘프듀2’에서 김태동이 강다니엘을 보며 한 말은 강다니엘이라는 판타지를 가장 적확하게 설명한다. “본 적 없는 해맑음”(‘이불 밖은 위험해’ PD)과 순한 인상 때문에 ‘사모예드’ ‘어피치’라는 별명으로 불리지만, 무대 위에서의 강다니엘은 “퇴폐와 섹시를 동시에 보여준다.”(시우민) 그의 퍼포먼스는 대개 ‘파워풀’ ‘섹시’ ‘강렬함’ 등 하나의 이미지로 기억된다. 유려한 동작과 정확한 박자감각 등 군더더기 없는 퍼포먼스로 무대가 의도한 콘셉트를 충실하게 구현해서다.
하지만 만화책을 찢고 나온 것 같은 이 청년이 현실에 존재하는 누군가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강다니엘이 지나온 길들을 마주하는 때다. 강다니엘은 중학생 때 비보이 댄스에 빠져 가수를 꿈꾸기 시작했다. 다니던 예술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상경한 것도 이런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연습생으로 지냈던 2년2개월 동안 “앞날이 캄캄”하고 “외롭게 생활”하면서도 “선배 아이돌들의 영상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돼야지’”(MBC ‘라디오스타’)라고 생각하며 어려움을 견뎌냈다. ‘프듀2’ 시절에도 그는 ‘사활을 건’ 연습생 중 하나로 꼽혔다. 강다니엘이 첫 등급 평가 후 같은 B반에 있던 정동수에게 ‘저는 목숨을 걸었어요’라고 말했다는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지난 25일 강다니엘의 솔로 데뷔 기념 공연이 열린 서울 구천면로 예스24라이브홀에서 만난 팬들은 ‘강다니엘의 무엇을 가장 사랑하느냐’는 질문에 “인성” “성실함” “솔직함” “팬들을 향한 진심” 등의 답을 들려줬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은 그의 인기가, 실은 그의 깊고 단단한 뿌리에서 시작됐음을 일러주는 대답이다. 반전매력, 베이글남, 무대 아래에선 해맑지만 무대에만 오르면 돌변해 카리스마를 내뿜는 퍼포머. 강다니엘이 보여주는 판타지는 그러나 보이지 않는 무언가로 인해 완성된다. 비현실적일 정도로 근사한 현실이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