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로 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를 틈 탄 글로벌 경쟁사들이 추격이 거세지는 분위기다.
29일 연합뉴스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 순위 ‘톱10’에 포함된 미국·대만·일본 업체들이 앞다퉈 차세대 기술 및 설비 투자와 이를 위한 자금 확보에 나서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위협하고 있다.
먼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경우 최근 첨단 극자외선(EUV) 공정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올 1분기 매출 기준으로 인텔과 삼성전자에 이어 글로벌 3위 반도체 기업인 TSMC는 남부 타이난(臺南)산업단지에 새로운 EUV 생산라인을 건설하는 가운데 북부 신추(新竹)산업단지에 3나노 공정을 적용한 생산라인을 건설하기 위한 정부 인가를 획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TSMC는 5G 이동통신용 반도체 생산을 위해 기존의 7나노와 5나노 생산능력도 확대한다는 전략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투자 계획은 일본이 EUV 공정용 포토리지스트를 수출 규제 대상에 올린 직후 잇따라 공개되면서 파운드리 분야에서 2위인 삼성전자의 추격 의지를 꺾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추측도 확대되고 있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2위 점유율(전체 반도체 시장 9위)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 도시바메모리는 최근 회사 이름을 '키옥시아(Kioxia)'로 바꾸고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에 인수된 도시바메모리는 도쿄증시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에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내줬던 미국 인텔도 사물인터넷(IoT)과 모바일 프로세서 분야에서 꾸준히 투자를 확대하며 올해 들어 실적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올 2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줄었으나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돌았고, 특히 IoT와 자율주행 사업에서는 모두 두자릿수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로써 인텔은 올 상반기 매출 326억달러(약 38조6천억원)를 기록,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약 30조원 추정)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미국 마이크론과 브로드컴, 퀄컴,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등도 5G와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반도체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에 대비해 첨단 공정 도입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