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유료방송에서 의무적으로 송출하는 채널에서 종합편성채널을 제외하는 방안을 놓고 다음 절차로 넘어가지 않아 ‘종편 봐주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노웅래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보통 입법 예고가 끝나고 다음 절차인 규제심사를 마치기까지 15일 정도 걸리지만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아직도 깜깜무소식”이라고 지적했다.
노 위원장은 “일각에서는 과기정통부가 종편들을 봐주려고 시행령 개정을 지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도 나오고 있다”며 “공정한 방송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지체 없이 시행령 개정을 마무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케이블TV·IPTV·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사가 의무적으로 송출해야 하는 채널에서 종편을 제외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런 내용이 담긴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마련해 지난 1월 31일부터 3월 13일까지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했다.
그러나 입법예고가 종료된 3월 13일 이후 139일이 지났지만, 과기정통부는 규제심사, 법제처 심사 등 다음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정부 입법 절차가 통상 입법예고 이후 60~80일이면 법제처 심사와 차관회의·국무회의 심의, 대통령 재가를 거쳐 공포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입법예고 기간 상당히 많은 의견이 접수된 데다 4월 국회 공청회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이를 검토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며 입법 절차는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 말 조동호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로 장관이 바뀐 뒤 쟁점 법안을 처리하려던 계획이 어긋난 점도 지연 이유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여당 등 일각에서는 야당과 종편 눈치 보기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4월 토론회에서 종편 의무송출 제외가 종편 길들이기의 일환이라며 반대하고 종편 의무송출을 유지하기 위한 법안을 별도 발의하는 등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2월 종편 의무송출을 유지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정부가 충분한 논의와 근거도 없이 정치 논리만으로 의무송출을 폐지하겠다는 것은 종편을 억압하고 길들이려는 꼼수 개정에 불과하다"며 "국민의 시청권과 채널 선택권을 침해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