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폴 마취 환자엔 유령수술 괜찮다?...환자단체 "심각한 입법 흠결" 규탄

프로포폴 마취 환자엔 유령수술 괜찮다?...환자단체 "심각한 입법 흠결" 규탄

기사승인 2019-07-31 10:18:50


최근 인천의 한 산부인과의원 수술실에서 유령수술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31일 성명을 내고 해당 의원을 의료법 위반과 사기죄, 그리고 상해죄를 적용해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연에 따르면, 해당 산부인과의원은 ‘프로포폴’을 사용해 환자를 수면마취 후 원래 수술하기로 약속된 집도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가 들어와 수술을 집도했다. 수술 도중 마취에서 깬 환자가 문제제기를 했고, 다음날 관할 보건소의 현지조사로 유령수술 사실을 적발했다.

현지조사를 실시한 관할 보건소는 ① 수술기록지를 별도로 작성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진료기록부에도 수술날짜·수술명·수술의사 서명 이외 아무런 기재를 하지 않는 진료기록부 부실기재 행위(의료법 제22조제1항 위반), ② 비급여 진료비용을 적은 책자 등을 접수창구 등 환자 또는 환자의 보호자가 쉽게 볼 수 있는 장소에 비치하지 않은 행위(의료법 제45조제1항 위반), ③ 홈페이지에 레이저 수술을 하는 것으로 의료광고를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레이저 수술을 하지 않았고, 보건소 현지조사 후 홈페이지에 광고된 레이저 수술 부분을 삭제하는 불법 의료광고 행위(의료법 제56조제2항 위반)에 대해서는 의료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런데 문제는 관할 보건소는 유령수술을 처벌하는 의료법 제24조의2의 적용에 있어서 전신마취를 했을 때만 적용되고 ‘프로포폴’과 같은 수면마취제를 사용했을 때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또한 의료법 제24조의2는 전신마취 이외 수술에도 적용된다. 관할 보건소의 판단에 따르면 유령수술에 관여한 의사들은 ‘설명의무·동의서 작성의무·집도의사 변경 시 서면 고지의무와 이를 위반할 경우 3백만 원 과태료’ 모두 적용받지 않는다.

해당 산부인과의원도 '의사 바꿔치기' 행위가 위법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해당 산부인과의원은 “환자는 수술이 아닌 시술을 받았고, 전신마취가 아닌 수면마취을 받았기 때문에 의료법 제24조의2에 규정된 설명의무·동의서 작성의무·집도의사 변경 시 서면 고지의무와 이를 위반할 경우 3백만 원 과태료(의료법 제92조) 모두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환연은 “환자가 수술실에서 ‘프로포폴’과 같은 수면마취제로 의식을 잃은 후 직접 수술하기로 약속했던 집도의사가 아닌 생면부지(生面不知)의 다른 의사가 사전 동의도 받지 않고 수술을 하거나 수술한 후 사후 고지를 하지 않는 유령수술을 했는데도 의료법 상 형사처벌 할 수 없다는 것은 심각한 입법적 흠결”이라며 관할 보건소와 해당 의원을 규탄하고 나섰다.

환연은 “전신마취제와 수면마취제의 구분이 모호하고, 환자가 의식을 잃어 집도의사를 유령의사로 바꿔치기 해도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동일한데도 의료법 제24조의2의 적용에 있어서 전신마취는 포함되지만 수면마취는 제외된다는 논리는 입법취지를 몰각시키는 해석”이라며 “만일 해당 산부인과의원의 주장이나 관할 보건소의 판단처럼 의료법 제24조의2의 전신마취에 수면마취가 제외된다면 국회는 신속히 의료법 개정을 통해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환연은 “이번에 문제가 된 산부인과의원 유령수술은 의료법 제24조의2 위반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재산죄인 사기죄 뿐 만 아니라 신체에 대한 죄인 상해죄도 성립될 개연성이 크다. 앞으로 유령수술 관련 형사 고소나 고발이 있는 경우 검찰은 사기죄 뿐 만 아니라 상해죄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기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들은 “환자단체는 유령수술에 수반되는 각종 의료법 위반죄(진료기록 부실기재, 진료기록 허위기재, 비급여 진료비용 미고지, 불법 의료광고 등)와 사기죄·상해죄 성립을 시청각적으로 보여주는 이번 산부인과의원 유령수술 사건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이에 관한 관할 보건소와 보건복지부의 처분을 면밀하게 검증할 것”이라며 “또한 수술실 안전과 인권 보호를 위해 국회에 발의된 수술실 CCTV 설치·운영과 녹화 영상 보호 관련 의료법 개정안(일명, 권대희법)을 신속히 입법화 하라”고 촉구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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