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한국 제외조치에 대응해 피해기업에 대한 지원을 모색하고 나섰다. 다만 일본의 수출규제가 장기화될 경우 피해기업에 대한 자금 축소나 신규자금 중단 등 여신 관리가 불가피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본 정부는 2일 오전 10시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내각 회의에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제외조치는 내각 회의에서 의결됨에 따라 담당 장관과 아베 총리의 서명을 거쳐 일왕이 공포하고, 공포 후 21일이 지나면 시행에 들어간다.
일본의 이번 조치로 반도체를 중심으로 일본 부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기업의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생산차질에 따른 수출 감소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한 영향이다. 이에 은행권은 피해기업에 대한 만기연장, 금리우대, 수수료 감면, 신규자금 지원 등의 금융지원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먼저 신한은행은 한 발 앞서 31일 ‘소재·부품·장비 전문기업’을 지원하는 대출상품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소재·부품전문기업’에 대해 연 0.5%, ‘일본 수출규제 등에 따른 피해기업’에 대해 연 0.3%의 추가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이다. 신한은행은 이 상품을 통해 수출규제 피해기업에 저리로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우리·하나·기업은행 등 나머지 은행 역시 지원방안을 곧 내놓을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수출규제 피해 기업에 대한 '경영안정특별지원'과 반도체 협력기업에 대한 '상생대출'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수출규제 피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유동성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며 “매출감소를 고려한 신규자금 지원과 기일도래 여신 상환연장, 피해현황 등을 감안한 금리우대 및 수수료 감면 혜택을 담은 지원방안을 준비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피해예상 산업의 협력사를 위한 상생대출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피해를 세분화해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수출제한조치 피해기업, 금융보복 피해기업, 불매운동 피해기업 등으로 피해기업을 구분해 지원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대체품목 생산기업에 대한 지원도 검토에 들어갔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들 기업의 생산차질이 발생하면 일시 유동성 자금을 지원하고, 반도체 등 연관사업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여신 만기 연장, 금리감면 지원에 나설 것”이라며 “대체품목 생산 가능 기업에 대한 시설자금 및 글로벌 소재·부품 기업 대상 M&A 지원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은행 거래기업에 대한 대환대출도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은행도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지원방안 마련에 동참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수출규제 관련 산업 동향을 모니터링 하고 있으며, 소재부품 전문 기업 등 규제 관련 영향도가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상품 출시 및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검토하고 있다”며 “피해기업 여부를 떠나 관련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소기업 지원에 특화된 기업은행 역시 지원방안 검토에 들어갔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피해 예상기업들에 대해 집중 모니터링을 실시중”이며 “지원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권이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지원에 본격 나선 가운데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피해기업들에 대한 자금지원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왔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빠르게 해결돼야 하지만 장기화될 경우 피해기업들의 재무상태가 악화될 수밖에 없고 이는 신용도 하락을 불러오게 된다”며 “기업의 신용도가 하락할 경우 은행의 자금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