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조치로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앞으로 국내 금융시장을 책임질 차기 금융위원장으로 두 국책은행장이 거론되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이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물이다. 이에 금융위원장 임명에 앞서 후보자로 거론되는 두 국책은행장의 지금까지 경영성과를 살펴봤다.
먼저 이 회장과 은 행장 취임 후 두 기관의 실적 측면에서 상당한 개선이 이루어 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이 회장이 취임한 2017년말 4348억원에서 2018년말 2조5098억원으로 477% 성장했다. 은 행장이 취임한 수출입은행 당기순이익 역시 같은 기간 1728억원에서 5970억원으로 246% 증가했다.
이 회장과 은 행장은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으로 수익성이 약화됐던 두 국책은행에 취임해 수익성을 회복시키고 높은 순익 달성에 성공한 모습이다. 다만 올해 들어서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산은은 올해 1분기 364억원의 순익 달성에 그치며 지난해 1분기 보다 순익이 92% 급감했다. 수은이 올해 1분기 2998억원의 순익을 달성해 지난해 동기보다 순익이 31% 증가한 모습과 대조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이 회장과 은 행장 취임 이후 산은과 수은은 자본 건전성과 두 국책은행의 핵심 역할인 기업대출 측면에서도 서로 다른 결과를 내놓았다. 산은의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은 2017년 9월말 15.46%에서 올해 3월말 14.91%로 악화됐고, 수은은 12.80%에서 14.40%로 개선됐다. 기업대출도 같은 기간 산은이 2조4229억원 감소한 반면 수은은 5667억원 증가했다.
특히 산은의 중소기업 대출이 1조6793억원 감소하는 사이 수은은 2조원 가량 증가해 중기 자금 지원 측면에서 두드러진 차이를 보였다. 더불어 산은이 신용대출을 2조3085억 줄이는 사이 수은은 7418억원 신용대출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은 행장이 수장으로 있는 수은이 자본비율을 유지하며, 기업지원에 산은 보다 낳은 성과를 창출한 것으로 보인다.
두 기관은 여신건전성 측면에서도 서로 다른 성과를 내놓았다. 산은의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2017년 9월말 2.87%에서 올해 3월말 4.34%로 급격히 악화됐으며, 수은은 2017년말 3.42%에서 올해 3월말 1.69%로 급격히 개선되는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 수은은 이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금융위로 부터 지난해 경영성과 평가 'A등급'을 확정 받았다.
일각에서는 두 기관장이 취임한 이후 발생한 경영성과 차이가 학자출신 수장과 관료출신 수장의 차이로 보는 이들도 있다. 학자 출신인 이동걸 회장이 취임 후 한국GM, 대우조선해양, 아시아나항공 등 굵직한 안건을 소신에 따라 처리하는 데 집중한 사이 은성수 행장은 관료출신으로 시장안정에 방점을 둔 경영스타일을 보여준 영향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성수 행장이 차기 금융위원장으로 거론되는 것은 관료출신인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며 “그가 보여준 것처럼 기업을 지원하면서 시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줄 사람이 금융위원장에 적합한 것으로 평가받는 추세”라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