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출규제와 미중 무역갈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은 가운데 차기 금융위원장에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사진>이 내정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금융위원장 후보에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을 지명했다. 은 행장은 행시 27회 출신으로 정통 관료출신 국제금융전문가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출렁이는 시장안정 역할 기대= 그는 1984년에 공직생활을 시작한 이후 재무부 국제금융국, 경제협력국, 대통령비서실(경제구조조정기획단) 등을 역임하고,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관, 국제금융 정책국장,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수출입은행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2011년 국제금융정책국장 업무를 수행할 당시 유럽 재정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외환부문 건전성 제고에 크게 기여한 이력이 있다.
또한, 글로벌 경제위기로 주요국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이 역대 최고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무디스, Fitch, S&P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와 협의를 주도한 인물이다.
따라서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와 미중 무역갈등으로 출렁이는 국내 금융시장을 안정화 시키는 데 최적의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는 기재부에서 한 솥밥을 먹던 사이고,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는 서울대 경제학과 1년 선후배 사이여서 정부 경제라인과의 팀플레이도 기대되고 있다.
◆소비자보호 두고 금감원 갈등 우려= 다만 은성수 행장이 차기 금융위원장으로 지목된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감독원과의 호흡 문제가 대표적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출범 이후 꾸준히 갈등을 보여왔다. 그러다 학자 출신인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취임한 이후 양측의 갈등은 더욱 골이 깊어졌다.
금융위가 관료출신 최 위원장을 필두로 시장안정에 방점을 두었다면 금감원은 개혁성향의 윤 원장을 중심으로 소비자 보호에 방점을 두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금감원 특별사법경찰 등의 현안을 두고 갈등을 보여온 것.
이에 일각에서는 관료 출신 금융위원장 임명을 반대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주장은 금융회사와 분쟁중인 금융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키코 공동대책위원회는 “모피아와 관료집단에서 자유로운 학자 출신만이 진심으로 금융피해자들 편에 설 수 있다”며 “관료출신 금융위원장 임명에 절대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학자출신 금융위원장 임명을 통해 금감원과 정치적 갈등을 중단하고, 금융피해자들을 위한 금융위의 개혁과 혁신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업권 반응 “무난하다”=은성수 내정자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금융업권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무난하다’, ‘예상했다’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인사로 관료출신과 학자출신을 함께 기용하는 청와대의 인사 코드가 그대로 유지됐다는 평가가 두드러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을 동시에 학자출신 인사로 지명하기에는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며 “학자와 관료를 파트너로 묶는 청와대 인사 방침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관료출신 금융위원장이 임명되는 것이 정책 일관성 유지 차원에서 반갑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예상됐던 인사”라며 “차기 금융위원장을 중심으로 현 정부의 규제개혁 의지가 더욱 강화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금융권에서는 “인물만 바뀌었을 뿐 큰 기대는 없다”, “금융위는 청와대의 결정을 따라가는 것 아니겠냐” 등의 반응도 보였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내정자 이력
▲61년생(52세) 전북 ▲행시 27회 ▲군산고 ▲서울대 경제학과 ▲美, 하와이대 경제학 (박사) ▲금융정책실 금융정책과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금융정책과 ▲대통령비서실 경제구조조정기획단 파견 ▲스위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파견 ▲재정경제부 장관실-국제금융국 국제기구과장-국제금융국 금융협력과장 ▲대통령비서실 경제보좌관실 행정관 ▲대통령비서실 경제보좌관실 선임행정관 ▲美,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기재부 장관정책보좌관-국제금융국 국제금융정책관-국제금융정책국장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파견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 ▲세계은행(World Bank) 상임이사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한국수출입은행 은행장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