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미국 농산물 수입금지 조치와 관련해 미국 백악관이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수출규제 완화 조치를 보류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블룸버그통신은 8일(현지시간) 미중 통상관계의 급속한 악화 속에 백악관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수출규제 완화를 보류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소식통들은 중국이 최근 미국산 농산물 구매 중단을 발표하자 백악관이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와 거래를 재개하도록 허용하는 허가 결정을 보류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미국 내 안보법규를 위반하는 이란과의 거래 정황을 이유로 화웨이와 글로벌 계열사 수십곳을 지난 5월 거래제한 블랙리스트(entity list)에 올렸다. 이로 인해 미국 기업들이 부품을 팔거나 기술을 이전하는 등 화웨이와 거래를 하기 위해선 미국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난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무역협상 재개를 합의하고 화웨이에 대한 제재 완화를 시사했다. 이와 관련 미국 상무부 월버 로스 장관은 지난달 30일 화웨이와 거래를 원하는 기업들의 요청에 다음 주까지 응답할 수 있다고 긍정적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의 추가관세 부과와 중국의 농산물 수입금지, 점화된 환율 전쟁 등의 영향으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재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화웨이와의 거래금지 조치가가 다시 내려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 통신은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수출규제 완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으로부터 정상회담에서 반대급부로 얻은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확대에 달린 문제라고 관측했다.
앞서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미국과 중국은 상하이에서 고위급 무역협상을 벌였으나 9월에 다시 만나자는 일정 외에는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에서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 약속을 얻지 못하자, 협상 다음 지난 1일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10%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중국도 보복성 조치로 미국산 농산물 수입 중단을 발표했다. 또 지난 5일에는 위안화 환율이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져 오던 달러당 7위안 선이 넘어었다.
이에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이어지는 모양새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까지만 하더라도 안보 위협이 없는 부분에 한해 화웨이 수출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결정은 번복할 계획이 없다면서, 화웨이 문제는 중국과의 무역협상과 관계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 블랙리스트 지정과는 별개로 국방수권법(NDAA)에 따라 미국 정부 기관이 중국업체의 통신‧감시 장비를 구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전날 발표했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