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급생활자 강모씨는 KB국민은행에서 금리 5.02%에 2000만원 한도의 ‘마이너스 통장’(마통)을 이용하고 있다. 강씨는 마통에서 1800만원을 인출해 사용하던 중 지난달 초에 상반기 보너스로 받은 돈과 주식을 매각해 1300만원을 상환했다. 그런데 강씨는 이달 들어 은행에서 마이너스통장의 대출 금리가 0.30%p 올랐다는 통보를 받았다. 강씨가 은행에 문의한 결과 돈을 갚아 금리가 올랐다는 황당한 대답을 들었다.
KB국민은행의 마이너스 통장 금리를 두고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대출 받은 돈을 갚았다는 이유로 금리가 인상된다는 점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국내 주요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마이너스 통장에 ‘한도소진율에 따른 우대금리’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이 우대금리 제도는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소진율에 따라 0.1~0.4%p의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2000만원 한도의 마이너스 통장에서 인출해 사용한 금액이 1600만원(80%) 이상일 경우 연 0.4%p의 우대금리가 적용되고, 1000만원(50%) 이상 ~ 1600만원 미만은 0.30%p, 800만원(40%) 이상 ~ 1000만원 미만은 0.20%p, 500만원(25%) 이상 ~ 800만원 미만은 0.10%p의 우대금리가 적용되는 방식이다.
강씨는 5.02%의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하던 중 대출 상환에 따라 한도소진율이 25%까지 떨어졌고, 이에 따라 0.30%p의 우대금리가 사라져 금리가 5.32%로 올라간 것이다. 돈을 갚아 전체 이자납부액은 줄었지만 이자납부액을 결정하는 이자율은 올라가는 결과가 나온 셈이다.
KB국민은행은 이러한 우대금리 제도를 적용하는 이유를 고객에게 더 낮은 대출금리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설명했다. 마이너스 대출을 많이 사용하는 고객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대출금액이 많은 고객에게 더 높은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해명이다.
그러나 KB국민은행의 마이너스 대출 평균금리는 은행권 평균에 크게 못 미쳤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6월 KB국민은행이 취급한 마이너스 통장 평균 금리는 4.04%로, 신한(3.44%), 하나(3.63%), 우리(3.85%), 농협(3.61%), 기업(3.87%) 등 주요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4%대를 기록했다.
국민은행의 마이너스 대출 이용자들이 ‘한도소진율에 따른 우대금리’ 제도에 불만을 나타낼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KB국민은행 마이너스 대출을 이용중인 한 소비자는 “국민은행의 우대금리 제도 때문에 대출을 상환하고도 대출금리가 올라가는 결과가 나왔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은행의 ‘한도소진율에 따른 우대금리’ 제도가 소비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은행의 충당금 부담을 덜기 위한 것으로 지적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마이너스 대출 한도에 따라 은행은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충당금을 적립하고 고객이 마이너스 대출을 사용하지 않으면 은행은 충당금만 적립한 꼴이 된다”며 “국민은행은 고객의 마이너스 대출 사용을 늘리기 위해 한도소진율에 따라 우대금리를 적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대기업 재직 직원 등 고신용자 위주의 선별적 신용대출 취급전략에서 벗어나 중저신용자에게도 대출 기회를 제공하며 포용적 금융을 실천하고 있어 평균금리가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KB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 주요 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3조1397억원의 이자이익을 거두어 들였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보다 5.8% 늘어난 수준으로 이자이익이 3조원대에 진입한 은행은 국민은행이 유일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