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시중은행이 고객들에게 판매한 독일·영국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의 원금손실 우려가 확대되면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가운데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독일과 영국 금리 연계형 DLF관련 소송전 준비에 들어갔다. 앞서 판매한 DLF의 손실 가능성이 커지며 투자자들이 소송전에 나섰기 때문이다.
독일·영국 등 해외 금리연계형 DLF는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나 영국 CMS(constant maturity swap) 금리 등을 직접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파생결합증권상품(DLS)에 투자하는 파생결합펀드상품이다. 이들 상품들은 만기에 기초자산인 영국 등 해외 금리가 일정 수치 이상인 경우 원금과 연 3~5%의 수익을 상환을 받지만, 일정 수치 아래인 경우 기초자산의 하락폭에 따라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최근 영국 등 해외 금리가 계속 하락하면서 이들 상품들이 만기를 맞이했을 경우 원금손실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점이다.
우리은행의 손실위험이 있는 DLF는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기준치인 -0.2%를 넘어가지 않으면 수익이 4∼5%가 나는 DLS에 투자한 상품이다. 단, 금리가 -0.3% 이하면 원금의 20%, -0.4% 이하는 40%, -0.5% 이하는 60%, -0.6% 이하는 원금의 80%가 손실이 나게된다. 특히 -0.7%를 밑돌면 원금 전액이 손실처리 된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날 장중 -0.6135%까지 내려가 현 수준에서 만기가 도래하면 우리은행의 DLF 투자자들은 원금의 80%가량을 잃게 된다. 우리은행의 손실이 우려되는 DLF는 올 3∼5월 판매한 1250억원 규모로, 다음달 19일부터 올해 안에 모두 만기가 도래한다.
하나은행의 손실위험 DLF는 미국 국채 5년물 금리와 영국 CMS(파운드화 이자율 스와프) 금리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조기상환되거나 만기상환되는 DLS에 투자한 펀드다. 이 상품 역시 미국 국채 5년물 금리와 영국 CMS금리가 사전에 약정한 구간에 들어오면 3~5%의 수익을 얻지만 사전에 약정한 구간을 벗어나며 손실을 보는 구조다.
하나은행의 경우 작년 9월 말 이후 판매한 3900억원 가량의 DLF가 손실위험에 처했으며, 일부 상품의 만기가 다음달부터 도래한다.
투자자들은 원금손실이 불가피해 지면서 소송은 물론 금감원을 대상으로 분쟁조정에 착수했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소송 참가자 모집에 나섰으며, 금감원은 투자자들의 분쟁조정 신청에 따라 은행권 전수조사에 나서는 등 사태 파악에 들어갔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이에 사후관리지원반 및 영업지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고객 응대에 나서며, 법무법인 및 내부 법무팀을 중심으로 소송전에 대한 준비에도 착수했다.
향후 소송전이 본격화될 경우 쟁점은 불완전판매 여부가 될 전망이다. 한누리 측은 ▲해외 금리의 하락세가 뚜렷한 상황에도 상품판매 강행 ▲수익과 손실 간의 불균형이 대단히 극심한 수익구조를 가진 상품 ▲복잡한 손실구조에 대한 설명 없이 상품을 판매 ▲적합성의 원칙, 설명의무 및 투자자보호의무 등의 위반 등을 불완전판매의 근거로 들고 있다.
은행 측은 상품이 사모펀드를 통해 판매됐고, 최소 가입금이 1억원으로 투자자들이 상품구조에 대한 이해가 떨어진다고 보기 어려우며, 원금 손실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해피콜 등을 통해 충분히 고객에게 설명했다는 입장이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