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최신 IT에 수십억을 쏟지만 정작 환자안전은 나아진 것이 없습니다"
21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2019 국제병원 및 의료기기산업박람회 병원 리더십 기자간담회에서 박종훈 고려대안암병원장은 "병원 시스템은 점차 복잡해지고 의무기록의 양도 엄청나다. 기존 운영 방식으로는 한계가 온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일례로 지난해 10월 우리 병원에 갑작스럽게 엄청난 수의 환자가 몰린 적이 있었는데 병원장조차 이유를 알 길이 없었다. 조직 곳곳에 어떠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관리능력에 한계가 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관리를 하려면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해 모니터링하고, 모니터링 분석 결과를 속속 받아야 하는데 저수가, 대학병원 쏠림이 있는 한국의 상황에서 불가능하다. 또 이미 병원 시스템은 인력으로만 관리하던 과거에 비해 훨씬 복잡해졌다"고 토로했다.
고령화 의료수요로 인한 병상포화상태, 저수가, 규제의 복잡성, 기술 과부하 등 병원 환경의 변화로 대형병원 운영에 있어 혁신이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박 병원장이 찾은 대책은 AI기반의 디지털 환자 관리 플랫폼인 '클리니컬 커맨드 센터(Clinical command center)'다.
병원 내 모든 환자에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착용하게 하고, 환자 생체정보 및 진료정보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관리시스템이다. 모든 환자의 실시간 정보를 중앙 컴퓨터로 모으면 한 눈에 환자 동향 및 의료자원 사용실태를 알 수 있다는 원리다. 미국의 존스홉킨스병원이 처음으로 이 시스템을 적용했으며, 미국, 영국, 캐나다의 7개 병원에서 운영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대서울병원이 일부 서비스를 적용 중이다.
박 병원장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대정신에 맞는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필요했다. 이 시스템이 제대로 도입되면 병원장실에서 환자들의 동향을 실시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더 이상의 코드블루(위급상황)는 없을 것 "이라며 "앞으로 대형병원의 시스템은 모두 이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본다. 정직한 의료와 환자 안전 중점인 의료를 실현하는데 고려대병원이 최점단데 서도록 스마트 인텔리전트 호스피탈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고려대병원은 우선 응급실부터 해당 서비스를 도입해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클리니컬 커맨드 센터 도입에는 파트너십, 병원 환경 분석 등 시간이 걸리는 만큼 앞으로 2~3년 내로 도입 준비를 마치겠다고 박 병원장은 밝혔다.
이날 간담회 자리에서 GE헬스케어 파트너스 커맨드 센터의 케리 하우게 총괄 디렉터는 "현재까지 헬스케어 커맨드 센터가 도입된 병원에서 응급환자 대기시간 23~25%감소, 최대 22개까지 입원환자 침상 확보, 초과입원기간 52% 감소, 병원 전원 거절 18% 감소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소개했다.
또한 케리 하우게 총괄 디렉터는 "GE의 헬스케어 커맨드 센터는 병원 경영에 있어 생산성을 증진하는 혁신 솔루션으로 지속가능한 병원 경영을 통해 더욱 환자 중심적인 의료 서비스를 병원들이 제공하도록 지원한다”며, “환자안전 중심을 지향하는 한국병원의 수준은 글로벌에도 이미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한국 병원에서도 커맨드 센터가 도입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