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가 22일 손학규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최후통첩을 날렸다. 그러나 손 대표는 물러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당내 갈등이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유승민 전 대표는 지도체제 개편과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 오신환 “추석까지 퇴진 없으면 ‘플랜비’ 논의…‘지도체제 전환=安·劉등장’은 아냐”=오 원내대표는 이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늦어도 추석 전까지 무너진 리더십을 회복하고 지도체제를 정비해 나가야 한다”며 “손학규 대표께서 살신성인의 자세로 용퇴의 결단을 내려주실 것을 다시 한 번 간곡히 호소 드린다”고 밝혔다.
오 원내대표는 “손학규 체제로는 총선 승리가 아니라 아예 총선 자체를 치러내기 어렵다는 데 모든 당내 구성원들이 동의하고 있다. 오직 손학규 대표 한 분만이 ‘내가 아니면 안 된다’고 고집을 부리고 계실 뿐”이라며 “추석 때까지 여전히 이 상태가 공전된다면 구성원들과 의논후 ‘플랜비’에 대해 말씀 드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손 대표 퇴진 이후 새 지도체제 구성 대책에 대해 조기 전당대회 개최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을 제시했다. 바른미래당의 한 관계자도 “당권파 4명과 비당권파 4명으로 구성된 비대위 체제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만 안철수‧유승민 전 대표의 당내 역할에 관해선 “손 대표 지도체제 전환이 두 전 대표의 등장을 얘기하는 건 아니다. 당장 전면에 두 분이 나서서 당을 이끌라는 목소리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건 아니”라면서 “우리가 창당정신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구현하는 것이 총선을 돌파하는 길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손학규 “안철수·유승민과 접촉시작”…당 중심 ‘빅텐트론’ 제시=손 대표는 지난 20일 이른바 ‘손학규 선언’에서 발표한 바와 같이 안철수‧유승민 전 대표에게 접촉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앞서 사퇴를 거부하며 바른미래당 중심의 ‘빅텐트론’을 제시한 바 있다.
손 대표는 이날 ‘바른미래당 어디로 가야 하나-정계개편을 중심으로’ 토론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승전-손학규 퇴진 아닌가. (오 원내대표 취임 100일 기자회견과 관련해) 얘기할 게 없다. 자세한 내용을 못 들었고 들어도 뻔해 자세히 보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선 안철수‧유승민 전 대표 같이 참여하자고 제의했고 당을 다시 추슬러 총선승리의 길로 나갈 것”이라며 “(안‧유 전 대표에게) 접촉도 시작하고 있다. 쉬운 건 아니지만 두 분이 당을 살리고 총선승리로 가기 위해 어느 길이 있겠나. 바른미래당을 제대로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 안철수 측, 추석 전 安입국계획 無…유승민계, 한국당 개별입당 가능성도=그러나 정작 ‘러브콜’을 받은 안 전 대표와 유 전 대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특히 독일에 체류 중인 안 전 대표는 추석 연휴 전까지 당분간 입국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의 측근 의원은 한국당의 ‘보수통합’ 토론회 초청 등 안 전 대표를 향한 러브콜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또한 8월말로 다가온 안 전 대표의 체류 비자 만기에 대해서도 “비자는 현지에서도 연장이 가능하다.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유승민 전 대표 중심의 바른정당계와 한국당 간의 통합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바른정당계 같은 경우 속마음은 (한국당과) 합쳐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당장은 ‘몸값 올리기’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한국당은 바른정당계를 중심으로 개별입당하기를, 바른정당계는 한국당과 당대당 통합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엄예림 기자 yerimuh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