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모든 것’ 잘생긴 싸이코패스의 사랑법 [넷플릭스 도장깨기⑪]

‘너의 모든 것’ 잘생긴 싸이코패스의 사랑법 [넷플릭스 도장깨기⑪]

‘너의 모든 것’ 잘생긴 싸이코패스의 사랑법 [넷플릭스 도장깨기⑪]

기사승인 2019-08-24 08:00:00


“사랑하는 너를 위해서라면 뭐든 해줄 수 있어”라고 말하는 남자가 있다. 그의 말은 진실이다. 좋아하는 여성을 위해 센스 있는 선물을 준비하고 불편한 그녀의 친구들과도 어울리며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을 드러낸다. 그녀도 그의 진심을 알아채고 점점 마음을 연다. 문제는 그가 아닌 그녀에게 있다. 그를 만나면서도 헤어진 전 남자친구의 잠자리 요구를 받아주고, 친구들의 지나친 집착에 휘둘려 어렵게 쌓아 올린 커리어를 망칠 위기에 놓인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남자가 내린 결론은 선택이 아닌 심판이다. 사랑하는 그녀의 삶을 방해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한다. 그것이 살인일지라도.

넷플릭스 ‘너의 모든 것’은 잘생긴 뉴욕의 서점 매니저 조(펜 바드글리)의 1인칭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다. 서점에서 손님으로 만난 벡(엘리자베스 레일)에게 한눈에 반한 이후 그녀와 가까워지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한다. 하지만 조는 겉모습을 멀쩡하지만, 살인을 저지르거나 거짓말을 해도 죄책감을 갖지 않는 싸이코패스다. 벡의 SNS를 뒤지고 집에 몰래 들어가는 등 뒷조사를 하면서 그녀를 위해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싸이코패스 스토커라니. 아무리 자극적인 소재가 넘쳐나는 한국 드라마 시장이라 해도 리메이크하기 어려울 것 같은 충격적인 설정이다. 그렇다고 긴장감이 멈추지 않는 스릴러 드라마는 아니다. 정통 로맨스 드라마의 문법에 스릴러적인 소재를 더해 작정하고 무섭게 하는 것보다 더 섬뜩한 순간들을 만들어낸다.

10회 분량 동안 한 여성과의 로맨스를 지루하지 않게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도 기우였다. 에피소드마다 로맨스, 드라마, 스릴러, 가족극 등 다양한 장르와 소재로 변신하면서 두 인물의 스토리를 깊이 있게 이어간다. 처음엔 똑똑하고 치밀해 보였던 주인공이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갑자기 멍청해지는 오류도 범하지 않는다. 

남자주인공 조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설정은 드라마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멀게 느껴진 그와의 거리감을 좁히는 효과를 낳는다. 그가 바라보는 관점은 평범한 사람들과 다르다. 세상의 기준에 나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내가 곧 세상이다. 보통 사람들이 의식하는 윤리적 규범이나 사회 질서에서 벗어난 주인공은 법의 테두리를 오가며 우리보다 훨씬 자유롭게 행동하고 선택한다. 마치 게임 고수의 플레이를 엿보듯 넓어진 선택지에서 성장해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지켜보는 묘한 쾌감이 있다.

‘너의 모든 것’이 범죄를 정당화하는 드라마는 아니다. 살인과 스토킹 등 그의 기준에선 문제없는 행동들이 타인의 세계에선 심각한 문제라는 점이 드러나는 순간이 찾아온다. 주인공 조는 죄책감이나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청자의 입장은 다르다. 아주 잠깐이라도 그의 행동을 이해하고 동조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느끼는 순간 충격에 빠질 수 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닌 좋아하는 여성의 삶을 위해 필요한 결정이었고 수단이 잘못됐을 뿐이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처음부터 그런 선택을 생각하지 않는다. 드라마는 다른 인물들의 대사를 이용해 이 지점을 놓치지 않고 시청자에게 명확히 전달한다.

‘너의 모든 것’은 지난해 9월 미국 라이프타임에서 캐롤린 켑네스의 원작 소설 ‘유’(YOU)와 같은 제목으로 방송됐다. 시즌1 방송 전부터 시즌2 제작을 확정 지었을 정도로 화제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에선 지난해 12월 ‘너의 모든 것’이란 제목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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