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0시=드라마’라는 지상파 편성 공식이 깨진 지도 약 3개월째다. 장기적인 시청률 부진으로 위기에 봉착한 지상파 방송사가 새로운 시도에 나섰지만, 효과는 아직 미지수다. 단순히 방송 시간대만 바꿔서는 떠난 시청자를 불러오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SBS는 올해 여름에 월화극을 한시적으로 폐지하고 그 시간대에 월화예능 ‘리틀 포레스트’를 편성했다. 새로운 시도를 통해 다양한 요구를 탐색하고 여름 시즌 이후 다시 경쟁력 있는 월화극으로 시청자를 찾아간다는 이유에서다.
‘리틀 포레스트’는 방영 전부터 눈길을 끌었다. 힐링·자연·육아·요리 등 최근 유행하는 예능 키워드를 한데 모았고, 출연자들도 예능에선 내로라하는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예능이 드라마처럼 이틀 연속 방송된다는 점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기대 속 막을 올린 ‘리틀 포레스트’는 첫회 시청률 6.8%(닐슨코리아 전국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무난한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첫 방송 후 5%대에 머물던 시청률은 최근 방송분에서 3.5%·4.5%까지 떨어지며 반 토막 났다. 전작인 월화극 ‘초면에 사랑합니다’의 마지막회가 시청률 4.6%로 마무리된 것에 비춰 봤을 때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자연스레 화제성도 식었다.
열어보니 새로운 것이 없다는 점이 ‘리틀 포레스트’의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자연 속에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음식을 직접 해 먹는 모습은 그간 예능 프로그램에서 숱하게 봐왔던 장면들이다. 연출적인 면에서 출연자의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살리지 못하니, 출연자 간 관계에서도 재미를 찾기 힘들다.
오후 9시로 방송 시간을 바꾼 MBC 드라마도 완성도 따라 성적과 평가가 좌우되긴 마찬가지다. 오후 9시 드라마 시대를 열었던 수목극 ‘봄밤’과 지난 6월 방송한 월화극 ‘검범남녀’ 시즌2는 각각 9%가 넘는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방송 시간대가 바뀌기 전 MBC 주중 미니시리즈 시청률이 3~5%대에 그쳤던 것에 비해 눈에 띄는 성과다. 두 작품은 명확한 색채로 고정 팬을 확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법남녀’ 시즌2 이후 방송 중인 수목극 ‘웰컴2라이프’는 전작에 비해 아쉬운 시청률을 답보하고 있다.
하지만 지상파의 변화는 계속될 전망이다. KBS도 MBC와 SBS에 이어 월화극 중단 카드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누적된 사업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내년까지 프로그램 수를 현행 대비 90% 수준으로 축소할 계획도 세웠다.
전문가는 지상파가 콘텐츠의 완성도를 높여 플랫폼의 힘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지상파의 새로운 편성 시도를 “생존을 위한 전략”이라고 진단하고 “시간대를 옮기지 않았을 때보다 시청률 면에서 다소 나을 수 있겠지만, 편성 변화를 통해 큰 효과를 거뒀다고 보긴 힘들다”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정 평론가는 “요즘 시청자는 방송 시간보다 콘텐츠를 중심으로 채널을 선택하기 때문에 편성 시간이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며 “방송사가 프로그램의 방송 시간대를 옮기는 것보다 좋은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