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이른바 ‘펫팸족’을 겨냥한 추석선물세트를 대거 선보이고 있다. ‘펫팸족’은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인식하는 이들을 일컫는 ‘Pet’과 ‘Family’를 합친 신조어다. 단순 고급사료와 장난감에서 벗어나, 그 면면도 다양해지고 화려해지고 있다. 애견 반려동물 인구가 1000만명에 이르면서, ‘펫팸족’이 새로운 소비 형태를 만들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갤러리아백화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제 간식, 영양제 등으로 구성한 13만원짜리 ‘반려동물 건강 세트’를 선보였다. 이외에도 반려동물과 외출 시 필요한 목줄, 배변봉투 등으로 구성된 ‘반려동물 에티켓 세트’ 18만원, 바디워시, 미스트, 구강클리너 등 반려동물 생활용품으로 구성된 ‘반려동물 홈 바디케어 세트’ 21만원 등을 내놨다.
현대백화점 역시 반려동물용 토트백, 식기, 장난감 등 관련 상품 10여 종을 판매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이미 지난해 백화점 최초로 강남점에 반려동물 컨설팅 스토어 '집사(ZIPSA)'를 열고, 관련 선물세트를 내놓고 있다. 명절을 맞아 반려동물용 한복도 곧 판매할 예정이다. 이곳은 롯데백화점 방문 고객에게 무료 돌보미, 산책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처음으로 펫팸족을 위해 ‘동결 건조 견·묘 세트’ 간식을 특별 기획했다. 민물장어, 홍합 등 다양한 수산물로 제작해 가격은 7만원에 달한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앞으로 '펫팸족'이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반려동물과 관련된 선물 세트 등 품목을 더욱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벽배송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커머스에서도 반려동물은 뜨거운 화두다. GS프레시는 최근 반려동물용품 새벽배송을 개시했다. GS프레시는 반려동물 스타트업 기업인 ‘펫츠비’와 손을 잡고 서울·경기 남부·인천 동부 지역에 반려동물 상품 6000여 개를 새벽배송한다. ‘펫팸족’의 증가로 반려동물 용품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이다.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에서 판매하는 추석선물세트에도 반려동물 관련 상품이 대부분 포함됐다. 최근 쿠팡은 ‘펫팸족’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펫 가이드’를 오픈해 반려동물을 키우기 전 준비해야할 필수 품목 110만여개를 한곳에 모았다. 대표적인 반려동물인 강아지와 고양이로 나눠 연령별 체크리스트를 만든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유통업계가 ‘펫팸족’에 공략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시장 성장세가 눈에 띄게 가파르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14년 약 1조5000억원에서 2017년 2조30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특히 올해는 3조원을 넘어서고, 이후 매년 평균 10% 이상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반려동물용품 시장이 저성장에 빠진 유통업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한 대형 유통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 증가, 고령화 현상이 두드러지는 만큼, 반려동물 관련 시장의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면서 “먹거리는 물론, 생활용품까지 그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업계가 관련 상품 구색에 힘을 주는 것은 이제 필수”라고 덧붙였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