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타짜: 원 아이드 잭’ 세 번 우려도 여전한 명작의 기운, 그리고 그 한계

[쿡리뷰] ‘타짜: 원 아이드 잭’ 세 번 우려도 여전한 명작의 기운, 그리고 그 한계

‘타짜: 원 아이드 잭’ 세 번 우려도 여전한 명작의 기운, 그리고 그 한계

기사승인 2019-08-31 08:00:00


부자는 망해도 삼대는 간다. 영화 ‘타짜’도 결국 세 번째 시리즈까지 왔다. 매력적인 원작의 힘과 강렬한 첫 편의 여운을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에도 여전히 느낄 수 있다.

적성에 맞지도 않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살아가던 도일출(박정민)은 자신에게 포커의 재능을 발견하고 매일 포커판을 드나든다. 우연히 만난 마돈나(최유화)의 매력에 빠진 도일출은 그녀와 함께 있는 이상무(윤제문)와 포커로 맞대결을 펼쳤으나 크게 패배해 1억이 넘는 빚더미를 뒤집어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사채 빚을 감당하지 못해 매일 독촉 당하던 도일출을 정체불명의 타짜 애꾸(류승범)가 나타나 구해준다. 자신을 구해준 이유를 묻자 애꾸는 도일출의 아버지인 전설적인 타짜 짝귀의 이야기를 꺼낸다.

‘타짜: 원 아이드 잭’은 관객들이 기억하는 ‘타짜’ 특유의 매력과 2019년에 맞는 새로운 장르적 접근을 동시에 시도했다. 어느 장면에서는 배우 조승우와 김윤석이 떠오르고, 어느 장면에서는 영화 ‘도둑들’, ‘나우 유 씨미’에서 봤던 케이퍼 무비가 떠오른다. 누군가는 수없이 돌려본 ‘타짜’의 진득한 향기를 맡을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원작의 정서가 사라진 유사품 같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무엇이 옳고 더 나은 것인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오갈 가능성이 높다.

평범한 인물이 하나도 없는 독특한 캐릭터와 대사를 맛깔나게 씹어내는 배우들의 찰진 연기가 여전하다. 특히 서 있기만 해도 기대가 되는 배우 류승범과 이광수의 열연이 돋보인다. 박정민은 그의 무게중심을 잡고 다른 캐릭터들이 뛰어놀도록 안정감을 불어넣으며 자신이 오락영화의 주연으로도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걸 입증한다. 신이 나서 뛰어노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타짜’ 시리즈를 의식하고 신뢰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어떤 방식으로 연기해야 하는지, 어디까지 나아가도 되는지를 이미 최동훈 감독의 ‘타짜’가 잘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타짜’를 흉내 내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두 시간하고도 19분이나 더 이어지는 긴 상영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 건 대단한 일이다. ‘타짜’ 전작들처럼 ‘이런 영화라면 얼마든지 더 길어도 상관없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캐릭터 별로 단락을 나눠 호흡 고를 시간을 주는 구성이나 긴장감 넘치는 포커 장면을 이해하기 쉽게 구현해낸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타짜: 원 아이드 잭’에는 ‘타짜’ 시리즈의 미덕을 재확인할 요소가 많다. 반면 시리즈의 한계가 느껴지는 장면도 있다. 꼭 저래야 하나 싶을 정도로 심한 욕설이 너무 많이 쏟아지고 잔혹하게 신체를 훼손하는 장면이 반복돼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여성 캐릭터를 남성 캐릭터의 성적 대상 정도로 단순하게 취급하는 관점도 여전하다. 13년 전에는 영화적 재미를 위한 흥미롭고 자극적인 요소로 허용됐던 것들이 2019년에는 시리즈가 존재할 이유를 의심하게 되는 걸림돌이 됐다. 전작들을 복기하며 장점을 열심히 가져온 제작진은 그 걸림돌이 얼마나 큰지 정말 몰랐던 걸까.

다음달 11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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