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만원 강아지·고양이 맞춤 한복…추석 명절, ‘犬팔자가 상팔자’

27만원 강아지·고양이 맞춤 한복…추석 명절, ‘犬팔자가 상팔자’

기사승인 2019-09-05 03:00:00

#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이애리(33) 씨는 반려묘 ‘하니’와 이번 추석을 보내기로 했다. 올해는 연휴도 짧아 아예 귀향을 포기하고 집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한 것. 덕분에 상당한 돈을 들여 구해야 했던 ‘펫시터’를 찾을 필요도 없어졌다. 대신 이씨는 '하니'의 간식과 한복 등을 구입하는 ‘작은 사치’를 부려볼 예정이다. 이씨는 “평소에 많이 놀아주지 못했는데, 나름 소소한 행복인 셈”이라면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명 시대. 추석을 코앞에 두고 이들을 겨냥한 명절선물도 대거 등장하고 있다. 단순 고급사료와 장난감에서 벗어나, 그 분야와 면면도 다양해지고 화려해졌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Pet+Family)이 급증하면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2017년 이미 574만 가구를 기록해, 전체 1952만 가구의 29.4%를 차지하고 있다. 

예전에는 ‘과하다’ 생각됐을 법한 반려동물 맞춤형 한복도 인기를 끌고 있다. SNS에 #강아지한복, #반려동물한복 등으로 검색하면 3만개에 달하는 게시물이 검색된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명품관 반려동물용품 편집매장 ‘펫 부티크’에서 반려동물 한복 맞춤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반려동물의 목둘레, 가슴둘레, 등 길이 등을 재면 사이즈에 맞게 한복을 제작한다. 가격은 20만원대다. 갤러리아백화점 측은 "반려동물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는 반려인들을 위해 지난해 추석부터 맞춤 한복을 선보여왔다“면서 ”올해는 작년보다 주문량이 60% 늘었다“라고 소개했다.

롯데백화점 강남점의 반려동물 스토어 '집사(ZIPSA)' 역시 높은 인기에 올해도 애견용 한복 판매를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백화점 업계는 영양제 등으로 구성한 ‘반려동물 건강 세트’, 민물장어, 홍합 등 수산물로 제작한 ‘동결 건조 견·묘 세트’, 애견 바디워시, 미스트, 구강클리너 등 반려동물 생활용품으로 구성한 ‘홈 바디케어 세트’ 등을 내놓고 있다.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 펫팸족이 새로운 소비 형태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펫팸족은 소비시장의 ‘큰 손’으로 급성장 중이다. 2014년 1조5000억원이던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매년 10% 이상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2017년 2조3000억 원으로 늘어난 연관산업 규모는 2027년 6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펫팸족’(Pet+Family)을 넘어 ‘펫미족’(Pet=Me)이 등장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것을 넘어서 자신과 동일시하며 고급 소비재 구입도 망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애견 한복 등 펫팸족 마케팅을 두고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이용한 지나친 상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미스터피자는 업계 최초로 강아지와 고양이를 위한 피자를 출시했다며 대대적 홍보를 벌인 바 있다. 이를 두고 일부 누리꾼들은 ‘과도한 장삿속’이라며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물론 이외에도 반려동물 시장엔 이미 70만원대의 애견 유모차, 펫 택시 등 '상위 1%'를 타깃으로 한 상품‧서비스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한편으론 이처럼 다양한 반려동물 산업의 성장이 유통업계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 기대도 나온다. 한 대형 유통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 증가, 고령화 현상이 두드러지는 만큼, 반려동물 관련 시장의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면서 “음식은 물론, 생활용품까지 그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같은 상황에 업계가 관련 상품 구색에 힘을 주는 것은 이제 필수”라고 덧붙였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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