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은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멋진 글로 서울법대 동기 조국을 꾸짖은 임무영 검사. 82학번으로 우리 또래군요. 고교시절 장학퀴즈에 나가서 내 친구 하광용 군이 기차석을 할 때 기장원을 했던 사람이랍니다. 현직 검사이면서 독립운동가 '이준' 소설도 쓴 멋진 분이시군요. 기억해 두겠습니다. 응원합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민 의원은 임무영 검사가 대학 동기인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주장한 이프로스 글 전문을 다음과 같이 게재했다.
조국 후보자 사퇴를 주장하는 대학 동기 임무영 검사 이프로스 글 전문
<조국 후보자 사퇴를 주장하는 대학 동기 임무영 검사 이프로스 글 전문>
6개월 간의 정책연수를 마치고 오늘 복귀했습니다. 복귀하자마자 처음 쓰는 글이 이런 것이라 마음이 그다지 좋지는 않네요.
해외에 있을 때는 국내 상황이 걱정되더니, 귀국 후에는 검찰의 사정에 신경을 쓰게 되더군요. 제일 궁금했던 것은 작금의 사태에 대한 선후배 여러분들의 반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프로스에 들어와 보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아무 언급이 없을 줄은 몰랐네요. 어차피 조국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될 테니, 장관한테 밉보여서 괜히 손해를 자초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으로 이러는 거라면 참으로 실망스럽습니다. 이러고도 검찰이 정의를 논할 자격이 있을까요?
지금 대학가에서 어린 학생들까지 나서서 조 후보자의 임명을 반대하는 마당에, 우리가 손을 놓고 있으면 조 후보자가 검찰은 자신의 임명을 반대하지 않는구나 하고 오해할까 두려워 조 후보자를 반대하는 검찰 구성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조국 후보자는 저와 대학 동기입니다. 그러니 아마도 검찰 내에서는 제가 가장 오래 전부터 알아온 축에 속할 겁니다. 하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조국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까지 굳이 이야기할 필요는 없겠지요. 여러분들도 다 아실 내용만 가지고 말해 보겠습니다.
언론에 보도되는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은 하도 많아서 까도, 까도 또 의혹이 나온다는 의미로 강남양파니, 까도남이니 하는 호칭이 붙었고, 매일 아침마다 각 언론사가 경쟁적으로 내놓는 단독 보도들 때문에 조 후보자의 호가 "단독"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 의혹들 중 굵직한 것만 골라도 자녀의 입시비리, 웅동학원 관련 토지매매대금 포탈, 사모펀드와 투자금 의혹 등 세 가지가 있습니다. 과거의 다른 후보자들이라면 그중 한 가지 정도의 의혹만으로도 사퇴했을 겁니다.
안대희 총리후보자는 변호사 개업 후 수임료가 과다하다는 이유만으로 사퇴했습니다. 문창극 총리후보자는 교회에서 장로 신분으로 강연한 내용이 국민감정을 자극했다는 이유로 사퇴했고요. 박희태 법무부장관은 딸의 편법입학 의혹만으로 장관직을 내려놓았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조 후보자가 민정수석 시절 인사검증을 담당해 장관후보자가 되었다 사퇴한 분들 가운데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조 후보자보다 더 무거운 의혹을 받았던 분들은 없습니다. 아니, 그 분들에게 쏠렸던 의혹들을 모두 합해도 조 후보자 혼자 야기한 의혹보다는 가벼울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조 후보자는 사퇴는커녕, 검찰개혁이 자신에게 맡겨진 짐이라며 검찰 수사를 받는 법무부장관이 검찰을 개혁함으로써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겠다고 순교자적인 다짐을 합니다.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인지 묻고 싶습니다.
조 후보자는 트위터를 통해 정말 옳은 이야기들을 많이 해서, 지금 수많은 사람들이 조 후보자의 과거 트위터 발언 검색 놀이를 하고 언론도 그 내용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논어나 탈무드보다 더 진리를 담고 있다면서 조국어록을 출판하자고도 하고, 조위터, 조로남불, 조적조 같은 신조어까지 유행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을 몇 개만 보지요.
조 후보자는 2015년 4월 12일 트위터에서 "조선시대 언관(言官)에게 탄핵당한 관리는 사실 여부를 떠나 사직해야 했고, 무고함이 밝혀진 후 복직했다. '성완종 리스트' 주인공들의 처신은 무엇일까?"라고 쓴 일이 있습니다. 당시 이완구 국무총리를 두고 한 말입니다. 현대에는 언관이 없으니 여기서 조 후보자가 거론한 언관은 당연히 언론이지요. 이 총리는 같은 해 4월 21일에 사표를 제출했고, 27일에 사표가 수리된 후 조사 및 재판을 받았으며, 결국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었습니다. 이 총리는 결과적으로 무죄였던 범죄사실이 의혹으로 제기됐을 때 총리 자리를 던지고 민간인 자격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았습니다.
조 후보자는 2017년 1월 11일 트위터에서는 "도대체 조윤선은 무슨 낯으로 장관직을 유지하면서 수사를 받는 것인가? 우병우도 민정수석 자리에서 내려와 수사를 받았다"라고 썼습니다. 조윤선 전 장관은 장관직을 유지한 상태로 조사받다가 같은 해 1월 21일에 구속됐습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조 후보자의 말대로 민간인 신분으로 수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어떤가요? 조 후보자는 "언관에 탄핵당"하고 있음에도 "사실 여부를 떠나 사직"하기는커녕, 새로이 장관에 취임하려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법무부장관에 말입니다. 조윤선처럼 장관직을 유지하는 정도도 아니고 새로 취임한다는 겁니다.
저는 사실 조 후보자의 트위터 발언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모든 공직자가 의혹만으로 사퇴해야 한다면 남아나는 공무원이 없을 겁니다. 그러나 적어도 수사에 영향을 줄 권한을 가진 자리나,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는 자리에 앉은 공무원이라면, 어느 정도 신빙성 있는 의혹이 제기된 경우 일단 사퇴하고 민간인 신분으로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국무총리나 민정수석은 수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자리이니 사퇴하는 게 맞지요.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으니 사퇴가 의무일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기준으로 볼 때, 조 후보자에 대해서는 다수의 의혹이 제기되었고, 법무부장관이란 누가 보더라도 수사에 영향을 주지 않겠다는 말을 믿을 수 없는 자리인 만큼 기존에 장관으로 재임 중이었다 해도 사퇴하는 게 옳습니다. 조 후보자의 기준이 아니라 좀 더 강화된 제 기준에 의하더라도 말입니다. 하물며 사퇴가 아니라 새로이 법무부장관으로 취임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지요. 자신에 대한 수사 보고를 받지 않겠다는 정도로 영향력 행사가 없었다고 믿으라는 건가요? 그 자리에 있는 것이 바로 수사에 영향을 주는 행위입니다. 말을 듣지 않는 검사에게는 '너 나가라'라고 말하겠다고 공언한 법무부장관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법무부장관에 취임한 사실 자체가 수사팀에 대한 "묵시적" 협박인 겁니다.
시중에는 조 후보자와 관련된 세 가지 의혹에 대해 이미 결론이 정해졌다는 말도 떠돕니다. 딸의 입시비리는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부인 정경심 씨 개인의 행위로 정리하고 조 후보자는 무혐의, 웅동학원은 동생 조권 씨 개인의 행위로 정리하고 조 후보자는 무혐의, 사모펀드는 해외로 출국한 조카 조범동 씨가 소재불명이어서 참고인 중지, 또는 조후보자는 불입건할 예정이라고 말입니다.
정의는 실현되는 결과가 공정해야 하지만, 실현되는 방식 역시 정의로와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절차적 정의가 실체적 정의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 검찰이 조 후보자와 관련된 내용을 열심히 수사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만약 조 후보자가 법무부장관으로 재직하는 상황에서 조 후보자에 대한 사건이 시중의 예상처럼 결론 내려진다면 설사 그게 진실이라 하더라도 누가 그 결론을 믿겠습니까? 이완구 전 총리, 우병우 전 민정수석 같은 분들은 그런 의구심을 없애기 위해 사퇴한 것입니다.
조 후보자는 더 이상 다른 공직을 탐하지 않겠다고 하기 전에, 우선 법무부장관이라는 공직부터 탐하지 말고 자연인의 입장에서 검찰 수사에 임하여야 합니다. 그래야 수사 결과에 대한 시중의 오해를 불식할 수 있을 것이고, 검찰 역시 조 후보자가 2017년 3월 22일 트위터에서 말했듯이 "정무적 판단"을 하지 않고 진실을 추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조 후보자에 대해 불기소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국민들은 누구도 그 결론을 믿지 않아 분쟁은 끝없이 계속될 것이고, 혹시라도 조 후보자의 혐의가 인정되는 안타까운 결론이 내려진다면 검찰에 구속되는 현직 법무부장관이라는 사상 초유의 비극적 사태가 발생할까 두렵습니다.
하지만 조 후보자를 지지하는 분들은 또 이런 말을 합니다. 의혹은 누명에 불과하고, 조국은 사법개혁을 완수할 적임자로서 그만한 사람이 없다. 그러므로 반드시 법무부장관이 되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저는 그런 측면에서도 조 후보자는 법무부장관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많이 보도된 오상방위 에피소드가 있지요. 조후보자가 강의 중에 오상방위가 기재되지 않은 현암사 법전을 파본이라고 했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사실 저는 정당방위, 과잉방위, 오상방위를 패키지로 외웠기 때문에 오상방위가 조문에 있는지 없는지 잘 기억 못했습니다. 그래서 오상방위가 조문에 없는 강학상 개념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해서 무식하다고 비난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좀 더 준비를 하지 않은 불성실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조후보자는 예전에는 그런 일이 있었던 사실 자체를 부인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제는 그게 자신의 수업 방식 때문이라고 변명하는 걸 보면 오상방위 에피소드의 존재는 인정하는 듯하네요. 아마 그 변명은 파본 부분이 없었으면 먹힐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이 에피소드의 포인트는 조 후보자가 오상방위의 개념을 몰랐다는 게 아닙니다. 조 후보자가 법전에서 오상방위 조문을 못 찾자, 자신이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지 않고 단정적으로 법전이 파본이라고 말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법률가에게 교차검증을 통한 오류의 시정은 필수적인 일입니다. 저는 비록 결재자와 의견이 합치되지 않아 다투는 일이 있더라도 결재라는 과정을 통해 오류를 시정할 기회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항상 결재 제도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1999년에 대검에서 평검사들을 상대로 전결제도에 대한 의견을 조회했을 때, 서울지검에서 전결제도 폐지를 주장한 유일한 검사가 저였다고 알고 있습니다. 법률가는 늘 자신이 틀렸을 가능성을 인식해야 하고, 교차검증의 기회를 고마워 하는 것이 기본 자세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조 후보자는, 자신이 틀렸을 가능성을 용납하지 못하는, 무오류성에 대한 자기 확신이 굉장히 강한 사람입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조 후보자는 올바른 법률가가 아님은 물론 법무행정을 맡을 자격 역시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법무행정을 통할한다는 건 정말 두려운 일입니다.
조적조라는 말처럼 과거의 조국이 했던 말과 현재의 조국이 하는 말은 모순이 많지요. 물론 사람은 세월이 지나면서 변화할 수밖에 없고, 변화하지 않는 사람은 오히려 두뇌가 화석화된 꼰대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어떤 변화도 그게 퇴화가 안되려면 변화하는 합리적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조 후보자는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줄 것인가 여부에 대해서도 과거와 현재의 말이 다릅니다. 그리고 그 의견이 바뀐 이유는 시대 상황이 바뀌었다는 말밖에 없지요. 시대 상황이 어떻게 바뀌었다는 것인지, 시대 상황이라는 게 대통령의 뜻을 말하는 것인지는 설명하지 않습니다. 2005년과 2019년 사이에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줘도 경찰국가화의 위험이 커지지 않을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궁금한데도 말입니다.
솔직히 저는 조 후보자가 주장하는 사볍개혁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자신의 무오류성에 대한 확신이 강한 2005년의 조국이 법무부장관이 됐을 때와, 2019년의 조국이 법무부장관이 됐을 때 대한민국 법무, 검찰, 형사사법의 모습이 달라진다면, 조국의 심경 변화에 따라 검찰과 법무부의 역할이 달라진다면 정말 웃긴 일이겠지요. 예측가능성을 생명으로 여겨야 할 법질서 수호 기관에서 말입니다.
이런 태도를 지닌 사람이 법무부장관의 자리에 가서, 자신이 뭘 모르는지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법무행정을 지휘한다면, 그가 초래할 악영향은 얼마나 클지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입니다.
옛말에, 그릇이 되지 않는 사람에게 과분한 자리를 맡기는 것은 그가 받을 화를 크게 만들기 위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조 후보자는 이미 과분한 자리를 노리다가 스스로 화를 자초하였습니다. 그것도 일가족 전체에 화가 미치는 모양새여서 참 안타깝습니다. 조 후보자가 지금이라도 족함을 알고 스스로 물러나 자신과 가족을 지켰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