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병리학회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 딸 조모(28)씨가 제1저자로 등재된 병리학 논문을 직권으로 취소 결정했다.
병리학회는 5일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정기상임이사회와 편집위원회를 연이어 열고 장영표 단국대 의대 교수가 제출한 소명서를 본격적으로 검토, 논문 적격 여부에 대한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장 교수는 이날 오후 3시쯤 조씨가 고교시절 병리학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배경 등에 대한 소명서를 제출했다.
학회는 장 교수의 소명서를 검토한 결과 ▲저자 불충족으로 인한 출판윤리 위반 ▲제1저자의 소속기관(고등학교) 오기 ▲기관연구윤리위원회(IRB) 거짓 승인 등 크게 세 가지 기준에서 연구부정행위로 판단, 병리학회지 등재 취소를 최종 결정했다.
우선 장 교수를 비롯한 해당 논문의 공동저자 6명 가운데 논문 저자의 기준을 충족하는 저자는 장영표 교수 1명밖에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는 장 교수가 소명서를 통해 시인한 사안이다. 제1저자인 조모씨를 포함한 공동저자 5명의 역할이 모두 모호하고, 저자 기준에 불충족했다고 봤다.
또 논문에 제1저자인 조모씨의 소속을 한영외고가 아닌 단국대 의과학연구원으로 기재한 것도 연구윤리위반으로 봤다. 학회는 연구수행기관과 소속기관인 고등학교를 병기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고등학생 인턴을 병리학 논문의 제1저자로 올린 것도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학회는 당시 규정에는 없으나 2012년 교육과학기술부훈령으로 부당한 논문저자 표시를 연구부정행위로 인정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IRB 승인을 받았다고 허위 기재된 점도 연구윤리위반으로 판단했다. 해당 논문은 IRB승인을 받았다고 기술했으나, 승인받지않음이 확인됐다. 다만, 학회는 IRB승인이 허위 기재된 논문이므로 연구의 학술적 문제는 판단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장세진 대한병리학회 이사장은 "IRB 승인을 허위로 기재했고, 연구 과정 및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으며, 교신저자의 소명서에서 저자역할의 부적절성을 인정했다"며 "따라서 연구부정행위로 인정되며 논문 취소(Retraction)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장 이사장은 "해당 논문은 장영표 교수 이외의 모든 저자들의 역할이 불분명하다. 이는 장 교수가 소명으로 밝힌 것이다. 본인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실수로 그렇게 되었다고 소명했다. IRB 승인 또한 사후에 받으려고 했는 데 놓쳤다는 식으로 해명했다"고 덧붙였다.
조 후보자의 딸 조모씨는 고교시절 2주 동안 참여한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됐다. 문제가 된 논문은 2009년 3월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 뇌병증에서 나타나는 eNOS 유전자의 다형성(eNOS Gene Polymorphisms in Perinatal Hypoxic-Ischemic Encephalopathy)’이다. 2002년부터 약 7년 이상 진행된 연구인데 조씨가 2주 인턴 신분으로 제1저자에 올라 특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의료계는 대체로 조모씨의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책임 저자인 장영표 단국대병원 교수에 논문 자진 철회를 권고했다. 또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현직 의사 3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의사 96%가 ‘해당 논문을 철회 시켜야 한다’고 답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