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국가가 책임진다더니…거꾸로 가는 수가체계 개편안?

치매, 국가가 책임진다더니…거꾸로 가는 수가체계 개편안?

수가개편으로 조기치매 치료 어려워져

기사승인 2019-09-07 03:00:00

#50A씨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2년째 보살피고 있다. 최근 어머니를 모신 요양원으로부터 중증도가 비교적 경미한 수준이라는 이유로 퇴원을 권고 받아 눈앞이 막막하다. 가뜩이나 약제부담액도 오른 마당에 급여가 되지 않는 사설 요양보호시설은 꿈도 못 꿀 일이다. 몇 달 전부터는 아버지마저 치매가 오려는 지 밤낮 구분을 헷갈려 하시거나 최근에는 바지에 그대도 대변을 보시고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해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곧 정년을 앞둔 나이에 아버지마저 무너지는 걸 맞닥뜨리게 되니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걱정부터 앞선다.

 2017년 국가가 치매환자를 직접 보살피겠다며 팔을 걷고 나선지 2, 실제 의료현장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아쉽게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에서는 오히려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따른다. 특히 지난 4월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요양병원 수가체계 개편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다.

복지부는 무의미한 장기 입원을 막고 요양병원의 의료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요양치료가 필요한 정도에 따라 기존 7단계에서 의료최고도 의료고도 의료중도 의료경도 선택입원군 5단계로 축소, 초기 치매환자의 건강보험 적용율을 줄이는 방향으로 수가체계를 개편했다. 또 기존 행위별수가로 별도 산정되던 치매약제 처방을 일당정액수가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전환했다.

그런데 이 같은 개편으로 치매의 예방과 조기치료가 중요도와 우선순위에서 미뤄져 초기 치매환자들의 병증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례로 경미한 치매 환자 등 기존에 인지장애군에 속했던 환자들은 이번 개편으로 가족이 돌볼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는 경우 갈 곳을 찾기 어려워졌다. 또 환자들이 적절한 약물을 처방받지 못할 가능성도 커졌다. 그간 요양병원에서 환자에 치매약제 처방 시 정부로부터 입원환자에 따라 지급되는 일당수가와는 별개로 약제비용청구가 가능했다. 그러나 개편된 일당정액수가에 약제가 포함될 경우 산정금액은 877~1015원으로 일평균 투약비용(1292~2106)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요양병원은 환자에게 2가지 이상 약제를 처방할 경우 손해를 보게 되는 구조가 된 것이다. 자칫 중증 환자들의 치료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의료현장의 반발도 높다. 대한치매학회, 대한신경과의사회, 대한신경과학회, 대한노인신경의학회는 이번 개편안과 관련 요양병원에 입원한 치매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치매 약제에 대해 특정항목 행위별수가로 지속돼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서를 발표해 개편안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요양병원 치매 수가체계 개편안의 취지는 좋으나,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이 현실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수많은 치매 환자들의 치료 기회는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향후 치매 환자들의 치료 패턴에 대한 꾸준한 모니터링 등을 통해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제도에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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