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노동자들이 박스 손잡이 설치 및 포장단위를 소규모로 바꿀 것을 호소했다. 무거운 중량 작업에 마트 노동자의 절반이 근골격 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것. 특히 명절은 물량이 대폭 늘어, 상시적 중량 작업에 이어지는 시기다. 마트노조는 고용노동부에 즉각적인 실태 점검도 촉구했다.
마트산업노조가 지난 6월 5177명의 현장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근골격계 질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량물 진열작업으로 인해 구체적으로 질환을 의심할 수 있는 노동자들은 56.3%로 나타났다. 실제 병원치료를 받은 경험도 69.3%에 달했다.
마트산업노조 김기완 위원장은 취지발언에서 “대형마트에서 3년만 일하면 병원에 가야 한다. 10년 정도 다닌 노동자들은 팔다리가 상해, 몸이 성한 사람이 없다”면서 “탈의실은 파스 냄새로 진동을 한다. 한국사회가 육체노동에 따른 골병 문제 해결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 출발로 무거운 박스에 손잡이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트노조에 따르면, 40대 50대의 여성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주류, 음료, 세제 등 무거운 상품이 담긴 박스를 345개가량 옮기는 것으로 타나났다. 25kg 이상의 물체를 1일 10회 이상 드는 작업에 노출된 경우는 29.8%, 10kg 이상의 물체를 무릎아래 혹은 어깨 위 높이에서 1일 25회 이상 드는 경우도 응답자의 45.7%에 달했다.
특히 명절 때는 선물세트 등 평소의 3배~4배가량의 상품이 들어오기 때문에 중량물 작업에 대한 부담이 더욱 가중된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대형마트 노동자들의 현장 발언도 이어졌다. 홈플러스 합정점에서 일하고 있다는 오모씨는 “간장 5리터가 4박스면 15kg다. 설탕 3kg가 네다섯개가 들어있는 그런 박스들을 동료들과 하루 종일 옮기고 있다”면서 “같이 일하는 언니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갈비뼈가 골절되기도 했고, 허리디스크가 오기도 했다”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마트 성수점에서 건품 관련 일을 하고 있다는 장모씨는 “늘 고중량의 물건을 끌고 다니며 일을 한다. 만보계로 재보니 한국인 평균의 6배인 3만보를 걷고 있더라”라며 “최근에는 팔꿈치에 염증이 난 동료가 병원에 가며 미안하다고 남은 이들 걱정을 하더라, 이마트는 인원을 줄이는 것을 멈추고, 박스 손잡이와 소포장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마트산업노조는 “박스에 제대로 된 손잡이만 설치돼 있어도 자세에 따라 10~39.7%의 들기지수 경감효과를 볼 수 있다”면서 중량물박스에 손잡이 구멍을 뚫어줄 것을 재차 요구했다. 구멍이 뚫린 박스와 없는 박스간의 제작비 차이도 크게 없다는 것, 아울러 이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된 노동자들의 당연한 권리라고도 강조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665조에 따르면, 5kg 이상의 중량물을 들어올리는 작업을 하는 경우, 취급하기 곤란한 물품은 손잡이를 붙이거나 갈고리, 전공빨판 등 적절한 보조기구를 활용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에 따라 마트노조는 고용노동부가 중량물 작업에 대한 실태 점검을 실시하고 현실에 맞는 가이드를 마련이 시급하다고 요구했다.
강규혁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그동안 유통노동자의 근골격질환은 마치 당연하게 여겨져 왔다”면서 “큰돈을 들여 해결해달라는 게 아니라, 박스 옆에 손 하나 들어갈 구멍하나 뚫어 달라고 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이번 추석 이후로 노사정이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동자의 사회적 고단함을 덜어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