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녀석들’이 몸집을 키워 영화로 영역을 옮겼다. 하지만 비대해진 규모 외엔 자랑할 만한 것이 없어 보인다. 영화 매체의 특성을 살리지 못한 탓이다. 브라운관에서 색다른 매력을 뽐내며 훨훨 날던 ‘나쁜 녀석들’의 스크린 불시착이다.
영화 ‘나쁜 녀석들 : 더 무비’(감독 손용호)는 OCN 인기 드라마 시리즈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시즌2까지 제작된 드라마 ‘나쁜 녀석들’ 시리즈는 범죄자가 범죄자를 잡는다는 이색적인 설정을 바탕으로 매력적인 캐릭터와 다양한 에피소드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영화는 드라마의 세계관과 주요 캐릭터 일부를 그대로 가져왔다. 특수범죄수사과의 중심인 오구탁(김상중) 반장과 박웅철(마동석)이 드라마에 이어 영화를 이끈다. 배우 강예원과 조동혁도 드라마 캐릭터 그대로 잠시 등장해 반가움을 더한다. 드라마를 집필한 한정훈 작가가 시나리오를 맡아 유기적인 세계관을 구축하는 것에 공을 들였다.
영화는 교도소 호송차량이 전복돼 최악의 범죄자들이 탈주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하며 시작된다. 오구탁 반장은 탈주범을 잡기 위해 전설의 주먹 박웅철과 다시 손을 잡는다. 여기에 감성 사기꾼 곽노순(김아중), 과잉 진압으로 교도소에 있는 전직 형사 고유성(장기용)이 합류해 새로운 특수범죄수사과를 꾸린다.
드라마에 비해 사건과 액션의 스케일은 분명 커졌다. 하지만 그뿐이다. 이 작품을 굳이 스크린에서 봐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영화적 완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팀 플레이를 해야 하는 캐릭터는 모아 놓고 보면 매력이 떨어지고, 전개는 허술하다. 내용도 기존에 숱한 범죄영화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특히 악의 배후를 밝히는 과정이 매우 갑작스럽고 이를 소탕하는 방법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영화가 끝난 후 통쾌함이 아닌 얼떨떨한 느낌마저 든다. 오락영화로서 특색을 갖추는 것에 실패한 것이다. 스크린으로 캐릭터를 옮긴 만큼 더욱 촘촘해진 이야기와 재미를 기대했던 드라마의 팬도 ‘나쁜 녀석들’을 처음 접하는 관객도 만족하기 어려운 결과물이다.
장점을 꼽자면 마동석이다. 영화는 많은 부분을 마동석의 액션과 웃음 코드에 기대어 간다. 김상중, 김아중, 장기용 등 배우들도 열연을 펼쳤지만, 이들의 호흡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연출이 아쉽다.
11일 개봉. 15세 관람가.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