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비판한 의사 출신 직원, 계약 만료 3개월 전 '정직' 처분

식약처 비판한 의사 출신 직원, 계약 만료 3개월 전 '정직' 처분

허위사실 유포, 직무상 정보 유출 등 5가지 이유로 ‘정직 3개월’ 중징계

기사승인 2019-09-20 11:56:53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쇄신을 요구한 의사 출신 공무원이 3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다. 특히 이 공무원의 근무 계약이 3개월 후 만료되는 시점에 이같은 결정이 내려지자 의료계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20일 식약처에 따르면 1인 시위를 통해 의사인력 충원과 의약품 임상시험계획 및 심사·허가 전문성 강화를 요구해 온 강윤희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의약품심사부 종양약품과 심사관(진단검사의학 전문의)에게 허위사실 유포, 직무상 정보 유출 등 5가지 이유로 ‘정직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는 내부 직원들로 구성된 징계위원회의 결정으로, 공무원 징계령에서 정한 기준에 따른 것이다.

앞서 강윤희 심사관은 허술한 의약품 임상시험 관리시스템 및 인력 부족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식약처 쇄신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지난 7월부터 진행했다.

식약처는 이러한 강 심사관의 행위가 신뢰 저해, 허위사실 유포, 부서장 협박·모욕, 내부정보 언론 유출, 직위 사적 이용 등 복무규정에 위반되는 사항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강 심사관에게 공무원 복무규정에 위반된다는 점을 여러 차례 경고했지만 끝내 징계위원회가 열리게 됐다. 안타까운 부분”이라며 “또 회의 당시에도 강 심사관이 참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 결과가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지방노동위원회에 제소할 수 있다”며 “올해 말 강 심사관의 근무 계약기간이 만료된다. 재계약시 평가 등이 반영되기 때문에 재계약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고 전했다.

이에 강 심사관은 “식약처가 계약종료시점 3개월을 앞두고 3개월 정직이라는 해고와 다를 바 없는 중징계를 내렸다. 그 사유는 내가 그들을 협박했고, 모욕했고, 지시를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며 “식약처의 중징계 사유를 보면서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그는 “식약처가 누군가를 중징계한다면 마땅히 그 사유가 국민과 환자의 안전관리에 소홀했기 때문이어야 되지 않느냐. 징계 사유서 어느 곳에도 그런 내용은 전혀 없었다”고 지적하며 “식약처는 조직의 존재 목적을 잃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제3의 전문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 심사관의 중징계 결정 소식이 전해지자 대한의사협회는 유감을 표하며 부당한 징계를 철회할 때까지 협회의 전 회원에게 식약처의 각종 전문위원회에서 철수할 것과 참여 요청에 대해서 거부할 것을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또 전 의료계 차원에서 향후 식약처의 어떠한 요청에도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의사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그동안 의사협회는 강 심사관의 행보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보냄과 동시에 식약처에는 강 심사관의 주장을 경청하고 수용할 것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식약처는 거듭된 요구와 요청을 무시한 채 결국 강 심사관을 중징계 조치했다”며 “이에 68차 상임이사회를 열고 논의를 통해 식약처 전문위원회 등 참여 의사 전면 철수 및 향후 식약처 관련 위원회 불참을 의결하고, 각 산하단체에도 관련 현황 파악 및 의협의 결정에 동참해줄 것을 협조 요청하는 등 강력 대응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식약처의 무성의한 조치 뒤에서 한숨 쉬며 환자를 붙잡고 설명하며 안심시켰던 것은 의사들이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은 그 짐을 대신 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전문가의 의견이 불필요하다면 의료계 역시 협조할 이유가 없다. 또한 식약처의 부실한 행정으로 인해 반복되는 진료현장의 혼란 역시 의료계가 감당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식약처측은 “강 심사관을 제외한 12명의 의사 심사관들은 복무규정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성명서>

국민안전 지키려는 전문가에게 오히려 중징계 내린 식약처, 이제 의료계 협조 없이 스스로 해결하라

식품의약안전처(이하 ‘식약처’)가 1인 시위를 통하여 의사인력 충원과 의약품 임상시험계획 및 심사·허가 전문성 강화를 요구해 온 강윤희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의약품심사부 종양약품과 심사위원(진단검사의학 전문의)에게 허위사실 유포, 직무상 정보 유출 등 5가지 이유로 ‘정직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그동안 대한의사협회는 의사로서의 소신과 양심으로, 오직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가시밭길 걷기를 마다하지 않은 강윤희 심사위원의 행보에 대하여 전폭적인 지지를 보냄과 동시에 식약처에는 강 심사위원의 주장을 경청하고 수용할 것을 요구해 왔다. 식약처가 강 심사위원에 대하여 선처하고 의료계와 함께 의약품 안전관리 전반에 대한 개선에 나설 것을 촉구하기 위하여 최대집 회장이 직접 식약처장과의 대화를 요청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식약처는 거듭된 대한의사협회의 요구와 요청을 무시한 채 결국 강 심사위원을 중징계 조치하였다.

대한의사협회는 식약처의 후안무치하고 적반하장 격인 이러한 조치에 대하여 강력한 유감의 뜻을 밝힌다. 또한, 식약처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강윤희 심사위원에 대한 부당한 징계를 철회할 때까지 대한의사협회의 전 회원에게 식약처의 각종 전문위원회에서 철수할 것과 참여 요청에 대해서 거부할 것을 권고하고 전 의료계 차원에서 향후 식약처의 어떠한 요청에도 협조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한다.

지난해 발사르탄 사태와 올해의 인보사 사태 등을 통해 식약처의 의약품 안전관리 수준은 이미 그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바 있다. 그때마다 가장 곤혹스러운 것이 바로 현장의 의사들이었다. 의사의 잘못이 아니며 오히려 의사야말로 피해자인 상황에서도 우리는 국민의 불안과 현장의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 기꺼이 눈 앞의 원망과 오해를 받아내기를 꺼리지 않았다. 식약처의 무성의한 조치 뒤에서 한숨 쉬며 환자를 붙잡고 설명하며 안심시켰던 것은 의사들이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은 그 짐을 대신 지지 않을 것이다. 이제 식약처는 그간 국민의 안전에 소홀했던 그 대가를 오로지 스스로 치뤄야 할 것이다.

국민건강을 위해 의약품 임상시험 계획 및 의약품 허가 심사 분야 전문성을 강화하고, 의사 심사위원을 대폭 충원할 것을 식약처에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이 정직 3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을 만큼 큰 죄인가! 식약처 소속 공무원임에도 불구하고 국민건강과 안전을 위해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자괴감으로 1인 시위에 나선 양심적 내부고발자에게 중징계를 내리는 것이 국민건강을 최우선해야 하는 식약처가 할 일인가!

식약처는 전문가의 고언을 무시하는 것도 모자라 조직기강을 내세워 오히려 징계를 내리고 의료계의 거듭된 요구를 무시함으로써 식품의약안전관리에 전문가가 필요 없다는 오만과 불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전문가의 의견이 불필요하다면 의료계 역시 협조할 이유가 없다. 또한 식약처의 부실한 행정으로 인하여 반복되는 진료현장의 혼란 역시 의료계가 감당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 책임을 묻고 국민에게 그 허와 실을 낱낱이 알려나갈 것이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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