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김대호 감독 내친 그리핀, 아름다운 이별은 어려웠나

[옐로카드] 김대호 감독 내친 그리핀, 아름다운 이별은 어려웠나

김대호 감독 내친 그리핀, 아름다운 이별은 어려웠나

기사승인 2019-09-28 00:00:00

그리핀에게 ‘동행’은 없었다. 

리그오브레전드(LoL) 게임단 그리핀은 지난 26일 공식 SNS에 ‘씨맥’ 김대호 감독과 상호 합의하에 계약을 종료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 감독은 26일 오후 11시30분경 아프리카TV ‘BJ 이상호’ 방송에 출연해 “두 번째 준우승 이후로 조규남 그리핀 대표와 사소한 충돌이 생겼고, 서머 결승 2주 전부터 크게 갈등을 빚었다”고 밝혔다.

이어 “서머 결승 종료 후 감독 역량 부족의 이유로 해고를 통보받았다.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대표님은 처음에 강하게 대응하다가 내 말이 맞다고 생각했는지 정상 참작을 했다. 그렇지만 깨진 신뢰 때문에 갈등이 계속됐으며 계약을 끝내게 됐다"고 팀을 떠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김 감독에 대한 예우를 찾아 볼 수 없는 그리핀의 결정이다.

김 감독은 2017년 그리핀에 합류해 2시즌 만에 LoL 챌린저스 코리아에서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로 팀을 이끄는 데 성공했다. 이후 LCK에서 3시즌 연속 결승전에 올리며 그리핀을 강팀으로 만들었다.

그리핀은 김 감독이 합류하기 전 2부 리그인 챌린저스 코리아에서도 승강전을 오가던 팀이었다. 김 감독이 팀을 180도 바꿔놓자 그리핀은 팬들의 인기를 끄는 동시에 기업의 후원을 받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리핀은 김 감독의 공로를 무시한 채 국제무대에서의 활약을 보여줄 기회마저 주지 않았다.

그리핀은 올해 LCK 스프링 시즌과 서머 시즌에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며 서킷 포인트 1위로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진출을 확정지었다. 다음달 13일부터 G2 e스포츠와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 경기를 펼칠 예정이다. 롤드컵을 약 2주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감독 없이 국제무대에 뛰어들게 됐다.

그리핀이 김 감독 없이 롤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김 감독은 리더십과 밴픽에 대한 의문부호를 받고 있으나 그리핀을 강팀 반열로 끌어올린 인물이다. 메타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높은 감독으로 평가받았다. 이전의 인터뷰를 살펴보면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이끌어내는 데도 탁월한 능력이 있었다. 팀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을 가장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내쳐버렸다. 만반의 준비를 해도 모자를 판에 갑작스런 수뇌부의 판단이 자칫 선수들의 사기를 꺾을까 우려스렵다.

김 감독이 물러나면서 모든 짐을 ‘카오스’ 변영섭 코치가 물려받게 됐다. 현재 그리핀에는 변 코치를 보좌할 코칭스태프가 존재하지 않는다. 마땅한 대안 없이 변 코치에게 감독 역할을 맡긴 것은 스스로 팔다리를 잘라낸 격이나 다름없다.  

나쁜 선례를 남긴 탓에 추후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김 감독의 말에 따르면 그리핀의 수뇌부는 성적 부진으로 김 감독을 경질했다. 3연속 준우승을 성적 부진으로 판단해버린 셈이다. 차기 감독이 이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수뇌부의 요구에 따르면 최소한 우승은 거둬야 한다는 말인데, 인재가 있다고 하더라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한 해의 결실을 맺는 무대인 롤드컵에서 그리핀은 감독이 없이 출전하는 유례없는 상황에 놓였다. G2, C9와 함께 ‘죽음의 조’에 배정된 그리핀이다. 8강 진출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이번 롤드컵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이번 김 감독 해임 건은 그리핀에게 오명으로 남겨질 것으로 보인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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