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농원은 매일유업이 전북 고창군과 체결한 상생협약을 통해 2016년 개장한 농원이다. 약 10만㎡ 규모로 작물수확과 낙농업, 가공 제조업, 교육 체험 프로그램 등 6차산업의 전 과정을 한 곳에서 모두 경험할 수 있다.
3년전 ‘농원’에 그쳤던 상하농원은 이제 짓다·놀다·먹다·쉬다 등 캐치프라이즈를 완성하고 상생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집중한다.
조금은 투박했던, 커다란 밑그림은 이제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돼가고 있다.
◇ 짓다, 자연과 맞닿은 4개의 공방
지난 27일 서울에서 4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상하농원은 여전히 조용함을 머금은 채 방문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짓다, 놀다, 먹다, 쉬다’를 내세운 상하농원은 각 테마에 맞게 공방과 체험프로그램, 그리고 상하농원에서 생산된 식재료을 사용하는 식당, 그리고 숙소 등으로 구성된다.
나무로 지어진 정문에는 매일유업의 50년 역사를 둘러 볼 수 있는 역사관과 매표소, 그리고 ‘파머스 마켓’이 있다. 파머스 마켓은 상하농원에서 제조·가공한 소시지와 동물복지유정란, 백미 등의 제품을 비롯해 지역 농민들이 직접 수확한 농산물들을 판매하는 장소다. 상하농원은 상생의 의미로 파머스마켓의 매대를 지역 농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파머스 마켓에서 한 걸음을 내딛자마자 시야가 넓게 트인다. 정면으로는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너른 밭이 한 눈에 들어온다. 왼쪽에는 상하농원 농수축산물을 식재료로 사용하는 식당이, 오른쪽에는 햄·발효·빵·잼 공방이 위치해있다. 눈을 멀리 두자 하늘과 맞닿아 있는 양떼목장이 보인다.
상하농원은 통상적인 테마파크와는 달리 건축가가 아닌 설치미술가가 뼈대를 그렸다. 작가이자 설치미술가인 김범 작가가 자신의 소설에 나오는 마을을 구체화해 밑그림을 그렸으며, 설계와 조경 역시 전문가들이 하나하나 공들여 만들었다.
취재에 동행한 상하농원 이은선 이사는 “지금 걷는 구불구불한 길도 느낌을 살리기 위해 일부러 디자인한 것”이라면서 “방문자들의 도보 편의를 위해 포장을 했지만, 특유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직선이 아닌 곡선을 살렸다”고 말했다.
상하농원은 고창군의 50여곳의 농가와 계약을 맺고 각 농가에서 재배된 농산물들과, 공방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을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1652㎡(500평) 규모의 친환경 목장에서는 연간 50여톤 유기농 원유가 직접 생산된다. 원유는 상하농원 인근에 위치한 매일유업 상하공장에서 가공처리한 후 다시 농장 사용된다.
현재 상하농원의 공방은 발효공방, 빵 공방, 과일 공방, 햄 공방 등으로 구성돼있다. 발효 공방의 경우 말 그대로 간장 등을 발효하는 곳이다. 최초 개장했던 2016년에는 장 숙성 기간 등이 있어 판매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방문객들이 직접 장을 담그고 항아리마다 날짜를 붙여놓는다. 일년 뒤, 상하농원을 다시 찾아 자신이 담근 장을 맛볼 수 있다.
건물의 골조는 전통한옥의 방식을 적용했으며 건물의 내부에 천연형태의 소나무가 건물을 지탱하는 구조로 계획하여 반복적인 유형을 피하고, 재래식 된장을 만드는 작업동선과 전통한옥의 이미지에 맞추어 공간을 계획하고 내외관은 메주의 건조와 숙성에 도움을 주는 황토와 목재를 주재료로 사용했다.
소시지 공방은 말 그대로 소시지를 만드는 곳이다. 공방은 제품이 만들어지는 조리실과 방문객들이 머무는 공간이 철저히 분리돼있다. 단순히 제품을 구경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조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 간접체험은 다른 곳에 마련된 소시지 만들기 체험교실을 통해 극대화할 수 있다. 상하농원 소시지는 뉴질랜드산 천연 양장을 활용해 케이싱하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소시지는 대부분 식용 비닐을 활용하고 있으며 양장을 활용하는 곳은 극히 드물다. 이 때문에 특유의 탱글탱글함과 육즙이 극대화된다.
이 이사는 “상하농원 소시지 공방에서 만들어지는 소시지 돈육 함량은 94%로 국내 어떤 소시지보다 높다”면서 “최소한의 첨가제만을 넣어 건강함을 살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 때문에 유통기한이 짧다는 단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잼 공방은 과일 잼과 과일 청을 만드는 공간이다. 대표 제품은 과일잼과 우유잼으로, 열전도율이 높은 황동솥을 이용해 제조하는 모습을 별도의 공간에서 직접 볼 수 있다. 통상 낙과 등 파손과일 등을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상하농원 잼 공방은 온전한 과일을 사용하고 있다. 진득한 제형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첨가물도 일체 사용하지 않아 묽은 형태며, 유통기한도 짧다.
◇ 놀다, 경험의 극대화 ‘체험교실’
공방 옆에는 빵과 소시지, 아이스크림, 치즈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교실이 마련돼 있다. 이날 체험 교실은 10시 30분부터 15시 30분까지 총 5개 수업이 구성돼있었다. 각각 밀크빵, 크림빵케이크, 소시지, 동물쿠키, 아이스크림, 찹쌀케이크 등 6개 과정이었다. 체험교실에 사용되는 재료는 대부분 상하농원에서 재배 후 수확하거나, 인근 농가와의 연계를 통해 납품받는 지역생산물이다.
체험교실 참가자들은 대부분 아이를 동반한 가족 손님들로, 패키지를 통해 여러 체험을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는 단체손님이었다. 이날 직접 참가한 체험교실을은 밀크빵 만들기로, 이스트와 소금, 설탕, 밀가루, 블루베리 잼을 가지고 약 40분간 진행됐다. 완성된 밀크빵은 1시간여의 숙성·굽기 과정을 거쳐 제공됐다.
대전에서 아이와 함께 방문했다는 강모(44)씨는 “원재료 생산과정을 둘러보고 그 재료로 아이들과 함께 직접 빵을 만드는 경험은 만나기 특별하다”면서 “아이들 만족도는 물론 어른들 만족도도 높다”고 말했다.
교실 뒤편에는 직접 산양과 면양, 아기 돼지, 송아지에게 먹이를 줄 수 있는 우리 형태의 체험공간이 있었다. 아이들은 직접 여물을 주거나 송아지에게 우유를 주는 등 자연과 맞닿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유기농목장에서는 젖소로부터 순수 유기농우유를 생산하는 시설로 사육과정을 견학할 수 있다. 퇴비사에서는 유기농으로 사육되는 젖소의 분뇨를 주재료로 순수 유기농퇴비를 생산한다.
착유실은 젖소가 편안한 감정을 가질 수 있도록 어두운 계열의 자연석과 나무무늬 타일을 사용했고 방문객이 착유과정을 적당한 거리를 두고 견학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퇴사비에서는 유기농으로 사육되는 젖소의 분뇨를 건조, 발효하여 다시 목초지와 각종 작물의 재배에 사용될 친환경 유기농 퇴비를 생산하고 있다.
방문객들은 목장 견학을 통해 착유에서부터 가공, 운송, 제품화까지 전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 먹다, 농원식당·상하키친
세 번째 테마인 ‘먹다’는 농원식당과 상하키친으로 구성됐다. 농원식당은 온실에서 직접 재배한 야채와 지역의 신선하고 안전한 식자재가 사용된 건강한 가정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건물 내부의 상단에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온실을 마련했고, 식당 홀에 천정 온실로 개방된 중정을 배치해 야채가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천정 온실에서 자라는 제철 야채 등을 사용해 신선함을 강조했다.
상하키친은 햄공방에서 만들어진 햄과 소시지, 그리고 농원에서 수확한 식재료를 사용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햄공방과 같이 땅 속의 일정한 온도와 변화하는 외기 온도차이를 이용한 지열 냉난방시스템을 적용해 화석연료의 사용을 절감하고 농원 내부에 공기오염물질 발생을 줄였다.
이 이사는 “천정 온실에서 재배한 야채 등을 곧바로 활용해 신선함을 극대화했다”면서 “현지 식재료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유통’ 과정이 강제되는 다른 곳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쉬다, 마지막 퍼즐 ‘파머스 빌리지’
상하농원은 마지막 캐치프라이즈인 ‘쉬다’를 파머스 빌리지로 완성했다. 올해 7월 완공된 파머스 빌리지는 총 41개 객실로 선운산과 구시포 바다가 바라보이는 언덕에 체험·연수공간·뷔페레스토랑을 갖추고 있다. 주변 건물과 조화를 이루도록 지붕의 형태는 박공형으로 설계됐으며 목재와 자연석을 이용해 전원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했다. 선운산이 바라보이는 라운지와 마당, 건물 내부의 중정을 마련하여 휴식과 이벤트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또한 이름 그대로 ‘농부의 숙소’를 모티브로 소박하고 단아한 모습을 갖도록 지어졌다. 빗물 재활용시스템으로 지붕과 바닥에 떨어지는 빗물을 저장하고 청소, 조경, 소방용수로 활용함으로써 수돗물을 절약한다.
소비자 만족도가 높으며 자연체험을 한 곳에서 할 수 있다는 특장점이 알려지면서 개장 초기인 2016년 주말 700~800명이었던 방문객은 껑충 뛰었다. 특히 할로윈파티가 진행되는 10월 주말 방문객은 최고 일 7000여명으로 열 배 이상 증가했다.
이 이사는 “파머스빌리지는 처음 상하농원이 개관했던 2016년부터 계획됐던 공간”이라면서 “상하농원 인근에 마땅한 숙박시설이 없어 오랜시간 머물지 못했던 아쉬움을 해갈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상하농원은 지역사회와 정부, 기업이 농업의 미래가치 창출을 위해 함께한 상생 프로젝트”라면서 “오는 2020년까지 관광객 25만명을 유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