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한지은 “‘멜로가 체질’ 한주는 사랑스러우면서도 안쓰러운 친구”

[쿠키인터뷰] 한지은 “‘멜로가 체질’ 한주는 사랑스러우면서도 안쓰러운 친구”

한지은 “‘멜로가 체질’ 한주는 사랑스러우면서도 안쓰러운 친구”

기사승인 2019-10-05 08:00:00


배우 한지은은 JTBC ‘멜로가 체질’에 출연한 배우 중 가장 눈에 띄는 배우다. 천우희, 전여빈이 이미 영화계에서 주목받았던 것과 달리, 한지은은 잘 알려지거나 주목받는 배우라 하기 어려웠다. 이미 전작인 영화 ‘창궐’과 tvN ‘백일의 낭군님’을 통해 그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아픈 과거를 간직한 워킹맘 황한주 역을 이렇게 잘 소화할 줄은 몰랐다. ‘멜로가 체질’이 발굴해낸 배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쿠키뉴스 사무실에서 만난 한지은은 어떤 질문을 던져도 정확한 발음과 발성으로 뻔하지 않은 그만의 대답을 전달했다. 고민이나 흔들림은 느껴지지 않았다. 단단했고 확신이 가득했다. 그건 그가 지금껏 걸어온 길에 대한 스스로의 믿음과 확신이기도 할 것이다.

한지은은 자신이 맡은 한주가 안쓰러웠다고 했다. 극 중 한주가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죄책감과 아픈 속마음을 갖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아들을 향한 모성애를 보여주기 위해 고민도 많이 했다.

“일단 한주는 순수하고 순진하고 어떤 부분에선 단순한 면도 있어요. 긍정적이고 밝은 요소가 많은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반면에 아픔이나 힘듦, 슬픔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기도 해요. 그래서 전 정말 사랑스러우면서도 안쓰러운 친구였어요. 아픈 걸 드러내지 않으려고 해서 더 아프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분명히 한주도 외로웠을 거고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존재가 있고, 그 아이에게 완벽하게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과 아픔이 있지만, 성격상 철저하게 숨겼을 것 같아요. 덕분에 한주가 내면적으로 많이 단단해져서 전 남편에게 양도세까지 요구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엄마들만 가질 수 있는 아이에 대한 모성애를 100%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이 컸어요. 그게 저한테 숙제였죠. 그래서 진짜 워킹맘을 만나 뵙고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엄마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까 자연스럽게 이해도가 깊어지더라고요.”


‘멜로가 체질’은 한주와 재훈(공명)을 끝내 이어주지 않았다. 직장 상사와 부하직원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한 두 사람이 커플로 이어지지 않은 것에 많은 시청자들이 놀랐다. 한지은도 마지막 대본을 보기 전까지 결말을 알지 못했다고 했다.

“15부 대본을 읽고 나서 ‘어? 나 재훈이랑 만나나’ 하고 생각했어요. 한주 주변에 남자도 없고 마지막 장면에서 재훈이가 미소를 지으며 잠들었잖아요. 설레고 기대되면서도 한주가 재훈이를 만날 수가 있을까 싶었어요. 직장 동료로 호흡은 잘 맞았지만, 이성 간의 깊은 건 없었다고 생각하거든요. 16부 대본을 읽고 아닌 걸 확인하니까 실망감도 들더라고요. 저도 어느 순간 시청자 입장이 돼서 ‘왜 아니야’ 싶기도 하고요. 정말 잘 어울리는 커플이고 예쁠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생각을 해보니 두 사람이 안 만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지은은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하기 전 3년 간 방황했던 시기의 이야기를 꺼냈다. 미쟝센 영화제에 출품한 단편 영화로 바로 주연을 시작했지만 다른 배우들에 비해 스스로 간절함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시작이었다. 그렇게 연기하면 안 되겠다는 부끄러움이 들어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경험했다. 나중에 다니던 스피치 학원에서 강사 제안을 받아 1년 정도 일하기도 했다.


“스피치 강사가 비전 있는 직업 중 하나지만 이상하게 일을 할수록 제가 멈춰있고 도태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지 싶더라고요. 여러 가지 공부도 하고 경험하면서. 결국엔 제가 간절하게 하고 싶단 생각이 드는 게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연기에 대한 간절함이 커졌어요. 이게 내가 진짜 하고 싶은가보다 느끼게 됐죠. 3년을 쉬었으니까 다시 하려면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해야 하고 늦은 나이라 힘들 수 있는데 할 수 있는지 반년 정도 스스로에게 물어봤어요. 결론은 더 늦기 전에 하자는 거였어요. 그래서 깨끗하게 정리하고 처음부터 시작했어요.”

한지은은 그 이후에도 따로 연기를 배워본 적이 없다고 했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 연습실을 빌려서 각자 준비한 연기를 피드백하는 방식으로 연습했다. 학교나 학원 등 누군가에게 배우는 연기를 하면 틀에 갇힐 것 같은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한지은에겐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저는 최대한 틀에 갇히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요. 연기를 계속하면 익숙해지고 노하우가 생길 거잖아요. 제가 거기에 머무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시청자들이 저를 이전 작품과 캐릭터와 연결하지 못했으면 좋겠어요. 그 작품의 캐릭터로 기억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안에 최대한 여러가지 것들을 담고 싶어서 평소에 많이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걸 좋아해요. 자리를 잡고 공부하지 않아도 소소한 일상에서 필요한 것들을 놓치지 않고 느끼려는 것들이 저한테 공부가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제 안에 최대한 많은 것들이 쌓였으면 좋겠어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 사진=HB엔터테인먼트 제공, JTBC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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