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리꽃 Image’와 들꽃들의 바람‘으로 시작한 계룡산 춤 축제, 그 중심에는 늘 춤꾼 엄정자가 있었다.
1996년부터 23년 동안 10월이면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계룡산의 숨결과 속살을 그대로 간직한 채 춤사위를 이어간 이 춤꾼은 나이 40살에 시작했는데 이젠 할머니(?)라고 수줍게 웃는다.
‘제24회 계룡산 국제 춤축제(GMIDF)’가 11일 오후 5시 공주문화원 전시실에서 엄정자의 오프닝공연으로 막이 올랐다.
연륜이 쌓였을까, 올해부터 춤판이 커졌다. 미국, 터키, 중국 등 다국적 무용팀들이 함께 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관객들과 마주한다.
국내외 9개 단체의 춤 공연 뿐 아니라 드로잉, 사진전, 그림그리기, 애코댄스 배우기 등 다양한 체험마당이 펼쳐진다.
11일 오프닝 공연은 4명의 화가들이 엄정자의 춤사위를 보며 즉석에서 드로잉 하고, 관객들에게 작품을 가져갈 수 있는 특별한 이벤트로 치러졌다.
이날 엄정자의 춤은 농익다 못해 엄숙함을 자아냈다. 정적 속 내려앉은 시선과 몸짓은 관객을 압도한다. 서서히 태동하듯 하늘과 땅을 향해 뻗는 두 팔은 마치 꽃이 피고 지는 것처럼 찬란하면서 처연하다. 그리고는 한 줌의 먼지로 변하듯 깊은 한숨을 토해낸다. ‘이것이 인생이다’라고.
드로잉을 한 김성규 작가는 몸동작이 이루어지는 힘의 축을 추상적인 선으로 표현하였고, 소영란 작가는 춤이 만들어내는 강렬한 에너지를 선명한 색으로 드러내면서 움직임에서 주목하게 되는 신체의 부분을 확대해 관객의 시선을 모았다.
본행사는 오는 19~20일 오후 1시 40분 ‘신들의 산, 확장과 공존’을 주제로 계룡산 동학사 일주문 옆의 자연관찰로에서 펼쳐진다.
계룡산자락 학봉 마을 주민의 학춤과 제전을 시작으로, 6개 나라 무용수들이 나서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춤을 관람객에게 선사한다.
박일규 예술감독의 연출로 치러지는 이번 무대는 신을 향한 찬미의 춤으로, 국내외 9개 단체의 작품이 ‘원네스(Oneness)’라는 타이틀 아래 마치 한 작품처럼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밖에도 관객들이 함께 참여하는 원네스 퍼포먼스와 현장 기록사진전, 에코댄스 배우기, 춤과 자연을 오브제로 한 그림그리기 등이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가을의 청량함을 선사한다.
엄정자 총 감독은 “계룡산의 숲과 나무와 바람이 있는 곳에 가만히 서 있어도 춤이 될 듯 싶었다”고 회고하며 “앞으로도 계룡산의 춤을 함께 나누고 함께 이루어가자”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공주문화원 주최로, 계룡산 국제 춤축제 조직위원회가 주관하고 충청남도와 공주시, 충남문화재단이 후원한다.
홍석원 기자 001h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