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발생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필기시험 재시험 사태, 면접시험 성희롱 사건의 원인은 심평원의 관리·감독 부실에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당시 채용과정을 담당하던 외주업체에 국회의원 현직 보좌관 2인이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었으나, 심평원은 이를 사전검증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장정숙 의원이 심평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심평원 채용과정에서 ▲필기시험 답안지를 심평원 내부 직원이 최종확인하지 않고 내부 직원도 시험장에 부재, ▲외주 업체의 면접 과정 촬영 제안에도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묵살, ▲적은 예산으로 인한 무리한 공개경쟁입찰로 자격미달 업체를 선정한 것이 드러났다.
심평원은 지난 4월 필기전형 당시 52개 고사장(1135명, 심사직 5급 일반) 중 9개 고사장(146명)에서 시험 문항수(80)와 답안지 문항수(50)가 상이한 것이 확인돼 재시험을 실시하고, 뒤이어 지난 6월 면접시험에서는 면접관이 여성 수험생에게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를 영어로 말하라는 등 성희롱을 해 공분을 산 바 있다.
심평원은 사태 발생의 원인을 채용을 담당한 외주 업체 탓으로 돌렸지만 장 의원은 “필기시험에서는 답안지를 포장하는 과정을 심평원 내부 직원이 최종확인하지 않고 내부 직원도 시험장에 없어 빠른 대처가 불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어 면접시험에서는 위탁업체에서 심평원에 채용 전 과정 영상 촬영을 제안했지만 개인정보 문제로 묵살하고 촬영 후 폐기 등 다른 방안을 검토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또 “심평원은 최근 5년간 역대 최대 인원을 채용하면서 비슷한 규모로 채용을 진행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비교할 때 3배나 부족한 예산을 짜는 등 예산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않았다”면서 “공개입찰과정에서 A, B 총 두 개의 채용 위탁업체가 제안서를 제출했고, 이 과정에서 B업체는 6000만 원 이상 규모의 채용대행사업 완료 실적이 없어 자격미달임에도 평가위원 전원이 점수를 4점으로 맞춰 협상적격 업체로 했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게다가 이 과정을 통해 최종 선정된 A업체에 공무원법상 저촉되는 인원이 컨설턴트로 재직 중인 것을 심평원은 사전검증하지 못했다. 업체에는 국회의원 현직 보좌관 2인이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었다”며 “심평원의 탁상행정 때문에 1000명이 넘는 수험생이 피해를 봤다. 심평원은 심평원 내부직원에 대한 징계는 이루어졌는지, 현역 보좌관이 컨설턴트를 하는데 있어 겸직이 가능한 것인지 등을 확인해 답변하라”고 덧붙였다.
이에 김승택 심평원장은 “국회의원 보좌관 컨설팅 건의 경우 자료제출을 준비하면서 알게 됐다, 다른 부분도 확인해 보고하겠다”며 “다시는 이런일이 없도록 조심하겠다”고 답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