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금강산 발언 해석 분분 “南불만 표명 맞지만…좀 더 두고 봐야”

김정은 금강산 발언 해석 분분 “南불만 표명 맞지만…좀 더 두고 봐야”

기사승인 2019-10-23 14:36:4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의 남측 시설들을 철거하라고 지시했다. 이를 두고 남북 경제 협력이 지지부진한 것에 대해 사실상 ‘최후통첩’을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남측에 불만을 표명하는 것과 동시에 독자적 개발에 나서겠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김 위원장이 남북 협력 재개의 여지를 남겼기 때문에 부정적으로만 보기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23일 김 위원장이 금강산 일대 관광시설을 현지 지도하고 고성항과 해금강호텔, 문화회관, 금강산호텔 금강산 옥류관 등 남측에서 건설한 시설들을 돌아봤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금강산을 찾아 남측을 향해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해 싹 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례적으로 자신의 아버지이자 선대 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시기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하여 금강산이 10여년간 방치되어 흠이 남았다”고도 발언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남측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의 우선 정상화'에 합의한 이후 남측에 '미국 눈치 보지 말라'며 조건 없는 금강산관광 재개를 촉구해왔다. 그러나 대북 제재가 완화되지 않으면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 공단 등 남북 경협이 진척되지 않자 북한이 독자 개발로 정책 방향을 바꾸고 있다는 전망이다. 또 일각에서는 북한이 한국 대신 중국 자본으로 눈을 돌려 관광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심혈을 기울여 거의 집권 전 기간을 투자하다시피 해서 추진한 금강산 관광이 진척이 없다 보니까 남측 시설이 도움이 되는 게 흉물 같다고 얘기하는 것”이라고 봤다. 

김 의원은 또 “현정은 현대아산 회장이 방북했을 당시 북측이 내금강도 가져가고 백두산도 가져가라는 놀라운 카드를 제시했었다”면서 “그런데도 남측이 아무 반응이 없으니 북한은 관광 사업을 대대적으로 하고 싶은데 남측이 아니면 다른 길을 택하겠다. 남측과 손 안 잡고 북측 독자 사업으로라도 가겠다고 얘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이처럼 독자 노선으로 나갈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적은 이전에도 있었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김 위원장이 최근 백마를 타고 백두산을 오른 것과 관련해 “말하자면 제2의 고난의 행군도 불사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산으로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지난 21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눈 내리는 백두산 길을 남매가 나란히 김여정까지 포함해서, 또 조용원이라는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을 대동하고 오른 것을 보면 상당히 결연한 의지로 ‘우리는 앞으로 미국과 협상을 준비하고 또 결렬된 이후에는 우리 식으로 살아간다. 어려운 거 감당할 수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세계적인 관광지로 훌륭히 꾸려진 금강산에 남녘 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라고 한 점을 들어 완전히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대규모 재건이 있을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보면 뭔가 북미 정상 간 대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이날 “금강산 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진위나 배경에 대해 여러 가지를 검토해봐야 한다”며 “진짜 정책 전환인지, 아니면 다른 시그널인지 좀 더 분석해봐야 한다. 남북관계에는 아직도 중요한 협력의 공간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측을 향해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 표현이 분명히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대외적으로는 김 위원장이 과거와는 차별화된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한 경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에 악영향을 끼칠지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덧붙였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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