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30일부터 단 하나의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모든 은행의 계좌를 조회하고 송금까지 가능한 오픈뱅킹 서비스가 시작된다. 금융거래의 주된 채널인 앱을 구분하던 벽이 사라지면서 은행들은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분주하다.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30일부터 신한·KB국민·KEB하나은행·NH농협은행 등 10개 은행이 오픈뱅킹 시범서비스를 시작한다. 뒤이어 오픈뱅킹 서비스가 정식 오픈하는 12월 18일부터는 토스·뱅크샐러드·네이버페이 등 128개 핀테크 기업까지 대거 합류한다.
오픈뱅킹 서비스가 시작되면 국민은행 앱에서 신한은행 계좌를 조회하고, 송금하는 업무가 가능해 진다. 따라서 지금과 같이 소비자가 은행마다 앱을 설치할 필요가 사라진다. 하나의 앱을 주로 사용하는 앱 충성도(loyality)가 상승하게 되는 셈이다. 결국 이는 특정 은행이 주요 판매채널인 모바일시장을 석권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국민은행 판을 뒤흔들다=오픈뱅킹 시대 진입에 따라 은행마다 생존을 위한 준비에 나선 가운데 국민은행의 행보가 경쟁구도를 흔들었다. 국민은행은 모바일 시장의 근간인 통신과 금융의 결합을 통해 충성고객 확보에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국민은행은 오픈뱅킹 오픈 이틀 전인 28일 알뜰폰 서비스 ‘리브M’ 출시 행사를 중구 반얀트리호텔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리브M의 주요 기능은 물론 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 전략이 공개될 예정이다.
리브M은 국민은행이 직접 알뜰폰 사업자로 나서는 서비스다. 고객은 국민은행에서 알뜰폰 유심칩을 구매하면, 국민은행 이용실적에 따라 최저 월 7000원 수준의 낮은 요금으로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국민은행은 알뜰폰 사업을 통한 수익을 고객확보를 위해 과감히 포기하겠다는 계획이다. 오픈뱅킹과 핀테크의 위협에 맞서 낮은 요금의 알뜰폰 서비스로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이용실적에 따른 요금감면 혜택과 구매한 유심칩에 은행 앱이 내장되어 있다는 점은 이러한 의도를 방증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오픈뱅킹 시행으로 은행 간 앱 충성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국민은행은 알뜰폰 사업을 통해 다른 은행과는 차별화된 방법으로 고객을 확보할 것”이라며 “주부나 어르신 등 통신요금에 민감한 고객들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타 은행들 앱 보강에 올인=국민은행이 알뜰폰 사업을 통해 고객 확보에 나섰다면 여타 은행들은 기존 앱을 보강하는 방식으로 오픈뱅킹에 대응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한 모바일 플랫폼 ‘쏠'을 오픈뱅킹 이용에 적합하도록 개편하기로 했다. 고객이 쏠을 통해 전 금융기관의 자산현황을 한눈에 조회·관리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여기에 쏠 앱에서 타행계좌의 이체 거래를 할 때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타행 계좌 5개까지 동시에 자금을 가져오는 집금 서비스, 대출이자납입, 공과금 납부 등 서비스도 시행한다.
우리은행은 오픈뱅킹에 대비해 ‘원(WON)뱅킹' 앱을 전면에 내세웠다. 원뱅킹은 유저인터페이스(UI)를 보다 단순화하고, 주로 사용하는 기능들을 메인에 배치해 이용자 편의성을 높였다. 또한 타행계좌를 조회하거나 타행 계좌에서 이체할 수 있는 별도의 메뉴도 만들었다.
KEB하나은행도 유저인터페이스 개편을 통해 오픈뱅킹에 대응하고 있다. 오픈뱅킹 앞두고 이달부터 간편 로그인 방식을 도입하는 등 앱 사용 편의성을 높였다. 여기에 전체적인 앱 개편을 위해 금융 앱 개편 전문업체 선정에 나섰다. 아울러 KEB하나은행 역시 타행계좌의 이체 거래를 할 때 수수료를 면제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토스 등 핀테크 기업은 오픈뱅크 시행에 따라 가격경쟁력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픈뱅크 시행과 함께 은행망 사용료가 10분의1 수준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핀테크 관계자는 “그동안 간편송금 업체들은 은행망 사용료에 부담을 느껴왔다”며 “오픈뱅킹으로 망사용료가 인하되면 확대될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고객들에게 더 다양한 혜택을 돌려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