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포르노로 번지는 '먹방', 자극과 해소 그 사이

푸드 포르노로 번지는 '먹방', 자극과 해소 그 사이

'폭식 조장'과 '개인의 자유' 논쟁...자극적인 콘텐츠에 책임감 필요

기사승인 2019-11-04 00:16:00

고기 4kg, 아이스크림 한통, 라면3개,케이크 한 판, 시리얼 한 그릇. 한 30대 여성 BJ의 한 끼 식사량이다. 이 여성은 어쩌다 한 번 폭식을 한 것이 아니다. 그는 주말을 제외한 매일을 먹는 방송, 즉 '먹방'을 위해 위와 같은 양을 섭취한다. 

최근 유투버와 BJ 등 1인 미디어 콘텐츠 생산자들이 활발한 활동을 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방송 출연은 물론이며 억대 수입까지. 그들의 영향력은 높아져만 간다. 그리고 그 중심에 '먹방 BJ'들이 있다. 

인기 먹방 유튜브의 구독자 수는 수백만 명이다. '밴쯔'(307만4000여 명), '슈기님'(190만여 명), '영국남자'(301만7000여 명), '나도Nado'(140만여 명), '도로시'(188만여 명), '양수빈'(164만여 명) 등이 대표적이다.

BJ들은 '별풍선'이라는 사이버머니를 통해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받게된다. 이에 그들은 점점 자극적인 콘텐츠로 승부수를 던진다. 자장면 20그릇 먹기, 매운 음식 빨리먹기, 날 음식 그대로 먹기, 큰 음식 통째로 먹기 등이 그 예다. 

이렇듯 먹는 모습을 노골적이고 자극적으로 담아내거나 식욕을 자극하는 먹방을  '푸드포르노'라고 부른다. 이 단어는 영국의 저널리스트 로잘린 카워드의 책 ‘여성의 욕망’에 처음 등장했다. 서구 언론은 한국의 먹방에 대해 식욕을 비정상적으로 자극하는 푸드 포르노라고 꼬집는다. 

이러한 푸드 포르노를 보고 즐기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의 식습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앞서 언급했듯 BJ들은 기본적으로 비상식적으로 과도한 양의 음식을 섭취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때로 가학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물론 이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섭식능력이 발달한 경우이겠으나 문제는 평범한 사람들이 이에 영향을 받아 유사행동, 즉 폭식을 한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BJ들이 먹방에서 중요시하는 것이 음식의 조합인데 예를들어 이들은 만약 '떡볶이를 먹겠다'고 하면 그것만 먹는 것이 아니라 치킨이나 핫도그 등을 함께 곁들여 먹는다. 한 여성 먹방 BJ는 "매일 메뉴 조합을 선정하는 게 가장 고민이다. 메뉴에 따라 시청자 수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렇듯 BJ들이 고심 끝에 여러가지 조합의 메뉴를 내 놓았을때, 이를 따라하게 되는 수용자들의 입장에서는 식비에 들어가는 지출이 지나치게 많아질 수 밖에 없으며 평소보다 많은 양의 음식을 섭취하게 된다. 

물론 먹방이 단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혼밥'을 하는 것이 아무렇지 않은 요즘, 먹방을 보며 함께 식사를 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먹방은 실시간 채팅을 기반으로 하기에 유대감을 느끼며 식사를 하는 것이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또 먹방 BJ들은 신제품, 자신만의 레시피, 맛집 등 새로운 정보를 시청자들과 공유한다. 이는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준다는 점에서 장점이 될 수도 있다. 

다이어트를 하거나 배가 고픈 사람들은 BJ들이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한 여성 BJ는 먹방을 시작하게된 계기에 대해 "평소 요리하는 것과 먹는 것을 좋아해 먹방 프로그램을 자주봤다. 근데 그걸보고 있는 나도 군침이 돌고 먹고 싶더라"며 "그런 프로그램을 보다보니 나도 사람들에게 대리만족을 주고 싶어 방송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평소 먹방을 즐겨본다는 직장인 A씨(32) 역시 "다이어트를 할 때나 배가 고플 때 꼭 먹방 영상을 본다"며 "(BJ들이) 내가 먹어보지 못한 음식을 먹을때 가장 대리만족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즘 먹방을 본 이후로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 먹게 되고 BJ들 처럼 한 가지 음식이 아니라 여러가지 음식을 시켜서 같이 먹게 되는 것은 먹방의 단점인 것 같다"고 의견을 전했다. 

지난해 7월 보건복지부는 국민들의 비만율을 줄이기 위한 '국가 비만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비만의 원인 중 하나로 '먹방'을 꼽고, 이와 관련, 폭식조장 미디어(TV, 인터넷방송 등)와 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 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이에 국민들의 의견이 찬반으로 갈리며 논란이 일었다.

일부는 먹방을 시청하고 음식을 먹는 것이 개인의 자유라고 반발했으며 또 다른 이들은 폭식조장 미디어가 시청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부는 ‘‘먹방 규제는 사실이 아니며 단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자 한 것"이라고 밝혀 해프닝을 일단락시켰다. 

해프닝은 지나갔지만 자극적인 콘텐츠들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한 여성 BJ는 "자극적인 먹방 콘텐츠가 조회수도 높고 인기를 끌기에도 좋다. 하지만 방송을 위해 많이 먹고 바로 토하는 분들도 있다고 들었다. 이런 경우는 건강상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아프리카TV의 경우 카테고리에서 먹방을 선택하면 '과식은 금물, 적당히 드세요'라는 안내가 나온다. 그런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러한 자극적인 먹방 콘텐츠들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 방송을 보고 일반인들이 '나도 저렇게 많이 먹을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으로 먹방을 시작해 자극적인 먹방 콘텐츠 시장이 확장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콘텐츠 제재와 관련해 최진봉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자극적인 먹방을 규제하기 위해 아프리카TV, 유투브 등 플랫폼 사업자들의 자체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며 "정부기관이나 단체가 나서면 논란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콘텐츠에 대한 논란이 일어도 규정상 BJ들만 처벌을 받고 플랫폼 사업자들은 불이익이 없다. 오히려 자극적인 콘텐츠들을 통해 구독자가 늘어나면 수익 또한 높아지기 때문에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서는 눈을 감아주는 구조다"라고 전했다. 최 교수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자체심의를 강화하고 자극적인 콘텐츠들에 대해 BJ들과 함께 책임을 져야한다"고 덧붙였다. 

정덕현 문화 평론가는 "먹방이라는 것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며 "먹방의 틀이 이미 많이 보여졌던것들, 익숙한 것들이기 때문에 기존의 방법으로 보여주는게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에 특정한 맥락, 문화적 맥락이 없이 자극적인 틀 안에서만 콘텐츠를 보여주는 방법으로 흘러갈 수가 있다"고 먹방의 앞날에 대해 조언했다. 

엄지영 인턴 기자 circle@kukinews.com
엄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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