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옛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만든 ‘촛불 계엄령 문건’ 수사를 위해 특검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키맨(핵심인물)은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라며 “제보에 따르면 (불기소 이유서에 나온 2017년 2월17일 이전인) 2월10일에 이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과 김 전 실장이 청와대에서 만났다. 당시 국가안보실장이 지시한 거면 그 윗선이 있을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건이 어떻게 만들어지기 시작했냐는 누가 계엄령 계획의 윗선인지 밝히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단서”라면서 “그런데 검찰은 중요한 단서를 피의자인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과 김 전 실장 말만 듣고 수사를 종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 소장은 “왜 갑자기 검찰이 수사를 뭉갰는지 윤석열 검찰총장은 국민들 앞에 제대로 대답을 해야 한다”면서 “(전 정권 사람들을) 엄호하는 세력, 적폐가 여전히 검찰 안에 있다”고 말했다. 임 소장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후배들이 검찰에 많다”며 “전관예우하는 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임 소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도 출연해 “일단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청문회를 시행한 뒤 특검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군인권센터는 29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복수의 공익 제보자들에 따르면 계엄령 문건은 알려진 시점보다 이전에 작성됐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사실관계를 고의로 누락해 주요 피의자를 방치하고 증거인멸의 시간을 벌어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군인권센터는 계엄령 문건의 발단은 황 대표(당시 대통령 권한 직무대행) 체제 하의 청와대에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황 대표와 윤 총장을 향해 “두 사람은 각각 의혹의 당시 책임자”라면서 “(계엄령 문건에 적시된 내용은) 수많은 국민의 희생으로 세워진 이 땅의 민주주의를 통째로 뒤흔들려 든 반헌법적 내란음모다. ‘모른다’ 혹은 ‘아니다’ 라는 쉽고 편한 몇 마디 말로 어물쩍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또다시 수사가 미뤄진다면 국정조사와 특검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반드시 그 진상을 밝혀내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8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계엄령 문건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국방위원회 청문회와 특검 등 역사적 단죄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정의당 역시 군인권센터가 기자회견을 연 당일 “군인권센터의 주장이 맞는다면 검찰은 계엄령 문건 작성자들에게 빠져나갈 시간을 벌어준 계엄령 문건 사태의 주범이 되는 것”이라면서 “검찰까지 은폐로 점철된 부실 수사로 이 사태에 일조한 것이 사실이라면 더 이상 검찰에게 수사를 맡기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회는 국정조사를 넘어 계엄령 시도에 대한 특검을 조속히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촛불 집회에서도 계엄령 문건에 대한 특검을 실시하자는 의견이 등장했다. 지난 26일 여의도에서 열린 시민단체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가 주최한 촛불 문화제에서는 ‘내란음모 계엄령 문건 특검하라’는 피켓이 등장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