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소매금융 줄여라' 지적에도 ‘5%대’ 적금 특판 강행

산업은행, ‘소매금융 줄여라' 지적에도 ‘5%대’ 적금 특판 강행

기사승인 2019-10-31 06:00:00

산업은행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민간영역과 중복되는 ‘소매금융’ 영업을 축소하라는 지적을 받은 지 보름만에 신규 예금 유치를 위한 ‘특판’에 나섰다. 산업은행은 국회의 지적에도 자금조달 방안의 다양화를 위해 소매금융 영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산은)은 전날 SKT 통신사와 협업을 통해 최대 연 5%의 금리를 제공하는 ‘KDB x T high5 적금'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SKT 통신사를 이용하는 고객이라면 누구나 기본 4%의 금리 혜택을 제공하고, SKT 통신사 요금제가 5만원 이상이면 1%의 추가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이다.

해당 상품은 최근 저금리 상황 속에 5%에 달하는 고금리에 조기 완판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상품이 완판될 경우 늘어날 산은의 소매 수신규모는 최소 3~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산업자금 지원을 위해 설립된 국책은행의 민간시장 참여가 시장마찰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2011년 산은은 ‘KDB다이렉트뱅킹’을 통해 예수금만 10조원을 달성하며, 민간 금융사들과 마찰을 빚었다. 이후 들어난 사실은 당시 ‘KDB다이렉트뱅킹’이 역마진 구조로 시장을 왜곡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에 2013년 민간금융기관이 영위 가능한 시장에 대해서는 정책금융 기관의 업무를 과감히 정리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정책금융의 정체성을 확립하겠다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정부는 산은의 개인금융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지점 방문 없이 개설이 가능한 온라인 예금은 신규유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정책금융 기관 역할 재정립 이후에도 산은의 소매금융 단계적 축소는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취임 이후 산은은 소매금융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제윤경 의원은 지난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산업은행은 2013년부터 정책금융 재정립방안을 세우고 소매금융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면서 다이렉트 신규예금은 중단하기로 했지만 올해는 소매금융이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제 의원에 따르면 산은의 신규고객 예금가입 잔액은 2017년말 8400억원에서 2018년말 8000억원으로 감소했지만 올해 들어 증가하기 시작해 9월말 기준 1조3000억원에 육박했다. 

여기에 산은은 이번 상품을 통해 중단하기로 한 온라인 예금 수취도 재개한 상황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책금융의 안정적인 자금조달을 위해서는 소매금융을 통한 조달방안의 다변화가 필요하다”며 “이번 상품으로 예수금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아니고 기존 예수금이 빠져 나간 부분을 채우는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온라인 예금 수취에 대해서는 “점포가 축소되고 비대면 거래가 늘어난 트렌드를 반영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은행권 일각에서는 산은의 소매금융 확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과거 산은이 고금리 상품을 미끼로 시장을 왜곡한 사례가 있는 상황에서 최근 소매금융을 확대하고 있어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과거와 같이 시장에서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이 마찰을 빚는 모습을 재발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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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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