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금융업이 “존망(存亡)의 기로”에 서있다는 현직 은행장의 평가가 나왔다. 공유·친환경·초연결이라는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사상 초유의 저금리와 저성장이 악화돼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는 평가다.
허인 행장은 이날 국민은행 창립 18주년을 맞아 열린 기념식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금융업이) 그야말로 ‘존망(存亡)의 기로’라 아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4차 산업혁명을 언급하며 “공유·친환경·초연결이라는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기존의 모든 산업들이 큰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처럼 ‘금융업’도 마찬가지로 도도(滔滔)한 변화의 물결을 벗어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포노사피엔스’라는 디지털 신인류로 진화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물론,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ICT 거인들도 ‘금융을 제공하는 IT회사’로 변신하기 위해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허 행장은 “사상 초유의 저금리, 저성장이 지속, 아니 오히려 악화되면서 국내외 경제환경의 불확실성은 더욱 가중 되고 있다”며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금융업의 위기를 더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허 행장은 위기에 몰린 금융업이 살아날 길은 ‘도전’과 ‘변화’에 익숙해 것으로 제시했다.
그는 “‘성벽을 쌓으면 제국은 무너진다’는 말이 있다”며 “그 안에서의 삶에만 만족한다면 거꾸로 그 안에 갇혀 퇴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이 기존의 성을 허물고 ‘금융 서비스의 블루오션’을 찾아 새로운 성장의 돌파구 개척에 나서야 할 적기(適期)”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허인 행장은 “앞으로는 KB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면 금융과 비금융, 국내와 국외를 가리지 않고, KB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