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주 낭보를 이어가며 부활의 뱃고동을 울리던 한국 조선업계가 뜻밖에 난관에 부딪혔다. 올 하반기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드릴십(원유 시추선) 구매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스위스 선사인 트랜스오션(Transocean)과 드릴십 2척에 대한 선박 건조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해당 드릴십은 삼성중공업이 그리스 오션리그(Ocean Rig)로부터 2013년 8월과 2014년 4월 각각 수주한 선박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트랜스오션이 오션리그를 인수한 이후에도 건조를 진행했으나 지난달 트랜스오션이 계약 해지 의향서를 보냈다.
이에 삼성중공업은 트랜스오션과 2척에 대해 기존에 수수한 선수금 전액(5억2400만달러) 몰취와 선박 소유권 귀속 등 보상 합의를 완료하고 건조 계약을 해지했다.
계약이 해지된 두 선박의 가격은 각각 7억2000만달러(약 8600억원)와 7억1000만달러(8480억원)다. 이는 총 14억3000만달러다. 선수금을 제외하고 계약 해지로 인해 삼성중공업이 받지 못한 금액만 9억1000만달러에 달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 해지로 삼성중공업의 단기 충당금이 최소 1000억원~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미국의 퍼시픽드릴링(PDC)과 노르웨이 시드릴(Seadrill)에서 수주한 드릴십 3척의 계약도 취소된 상태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 대우조선은 최근 노르웨이 시추회사 노던드릴링의 자회사인 웨스트코발트와 맺은 드릴십 1척에 대한 매매 계약 취소를 통보받았다. 매각대금 3억5000만달러(4100억원)에 인도 예정일은 오는 2021년 1분기였지만 급작스럽게 취소를 당한 것이다.
선주사로부터 계약 해지를 당한 이상 재매각을 해야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드릴십(해양 시추)·해양플랜트는 보편적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선을 유지해야만 수익이 현실화된다.
그러나 올해 들어 미중 무역분쟁 등이 이어지면서 국제 유가는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드릴십 발주사인 미국과 유럽의 메이저 원유 시추사들은 저유가로 인한 실적 악화와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드릴십 시장이 유가 하락으로 침체됐다. 재매각을 하더라도 제값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내년 1~2분기 계약 해지와 관련된 조선사들은 관련 비용으로 단기 충당금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