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백기 동안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자신을 돌보고 사랑하려고 했어요. 그 시간을 던이 함께 해줘서 고마워요.” (현아)
“현아에게 힘이 돼주고 싶었는데, 성공한 것 같네요. 지금처럼 서로 의지하며 앞으로의 길도 잘 걸어가면 좋겠습니다.” (던)
사랑 앞에서, 가수 현아와 던은 솔직했다. 공개 연애 중이라도 사랑을 표현하는 일은 터부시됐던 아이돌 산업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한 애정과 고마움을 숨기지 않았다. 5일 오후 서울이태원로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동반 공연을 연 이들은 서로를 “든든한 지원군”(현아), “존경스러운 연인”(이던)이라고 표현했다.
현아와 던은 이날 오후 6시 솔로곡 ‘플라워 샤워’(Flower Shower)와 ‘머니’(Money)를 각각 발표한다. 가수 싸이가 만든 기획사 피네이션과 올해 초 전속계약을 맺은 뒤 처음 내는 노래로, 싸이가 두 곡 작사·작곡에 참여했다.
현아는 “‘플라워 샤워’라는 제목이 마냥 플렉스(과시적)할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중의적인 의미를 담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꽃을 피우는 과정엔 돌봄이 필요하지만 지나친 사랑과 관심은 꽃을 뿌리째 썩게 만들 수도 있다면서, 그 점이 자신과 닮았다고 말했다. ‘지더라도 나는 활짝 필래’라는 가사로 만개를 향한 열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룹 펜타곤 멤버로 활동하다가 처음으로 솔로곡을 내게 된 던은 “부담이 컸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싸이 대표님과 스태프들 덕분에 오히려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머니’는 그가 준비 중인 ‘청춘’ 주제의 음반 첫 번째 트랙으로, ‘돈’을 둘러싼 고민을 솔직하게 토로한 가사가 인상적이다. 그는 “아이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안에서 돈에 대한 진지한 물음들을 독백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귀띔했다.
프로젝트 그룹 트리플H 멤버로도 호흡을 맞춘 적 있지만, 현아와 던은 ‘듀엣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엔 고개를 저었다. 음악 스타일이나 취향이 서로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둘은 공과 사를 뚜렷이 구분했다. 이들이 동시에 컴백하게 된 배경에도 ‘내가 먼저 곡을 내고 싶다’는 무언의 신경전(?)이 있었다고 한다. 이번 컴백을 앞두고도 누가 먼저 뮤직비디오를 찍을지, 뮤직비디오 연출은 누가 할지, 연습실은 누가 먼저 쓸지 등을 두고 ‘쟁탈전’이 벌어졌다고 한다.
지금이야 행복에 겨워 있지만, 사실 현아와 던이 ‘공식 연인’으로 인정받는 과정은 험난했다. 지난해 둘의 열애설이 처음 불거졌을 때만 해도, 당시 소속사였던 큐브엔터테인먼트는 “동료 사이일 뿐”이라며 부인했다. 이후 현아와 던은 “팬들에게 솔직하고 싶었다”며 교제 사실을 직접 인정했고, 큐브엔터테인먼트는 신뢰가 깨졌다는 이유로 이들과의 전속계약을 조기 종료했다.
현아는 “오랜 시간 고민한 일”이라면서 “주변에선 ‘너무 솔직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컸다. 하지만 팬들에게 거짓말을 해야 하고, 또 그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을 낳게 되는 게 무서웠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던 역시 “팬들이 상처받을 거란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팬들에겐 정말 미안하다”면서도 “우리에게 따를 책임을 충분히 생각하고 진중하게 선택했다. 그만큼 제 뼈가 부러질 때까지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