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뱅킹을 두고 은행권 KPI(핵심성과지표)가 도마위에 올랐다. 시중은행들이 오픈뱅킹 가입 실적을 KPI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을 두고 ‘깡통’ 가입자 확대의 지름길이라는 지적과 함께 영업활동을 독려하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A 은행은 최근 노조와 KPI에 오픈뱅킹 가입실적을 반영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개인고객이 많은 A 은행은 오픈뱅킹으로 충성고객 이탈 우려가 높아 직원들의 적극적인 오픈뱅킹 영업활동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KPI는 은행원의 업무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다. 은행원 입장에서는 오픈뱅킹 가입실적이 KPI에 반영되면 높은 성과를 받기 위해 고객이나 지인·가족에게 오픈뱅킹 가입을 권유할 수 밖에 없다.
특히 경쟁사인 B 은행이 KPI에 이미 오픈뱅킹 실적을 반영해 적극적으로 고객 유치에 나선 점도 A은행의 판단을 뒷받침했다.
다만 A 은행 노조는 은행의 이같은 제안에 대해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KPI에 오픈뱅킹 실적을 반영하면 예·적금 등 다양한 상품 판매에 이미 지쳐있는 직원들의 노동강도가 지나치게 올라가고, 실적 중심의 오픈뱅킹 가입유도가 ‘깡통’ 가입자를 양산한다는 우려 때문이다.
노조의 우려는 은행원의 부탁으로 오픈뱅킹에 가입한 지인·친척들의 실제 사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근거로 하고 있다. 실제 2016년 출시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출시 초기 실적압박의 결과 1000원에서 1만원짜리 실적용 ‘깡통 계좌’를 양산한 사례가 있다.
반면 은행측은 기존 고객을 유지하고 향후 주 고객층으로 성장할 유스(Youth)고객 확보를 위해 직원들의 적극적인 영업활동이 절실한 상황으로 설명했다. 따라서 오픈뱅킹 실적을 KPI에 반영해 직원들을 독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은행 관계자는 “오픈뱅킹 이용고객이 당장 은행의 수익이 되는 고객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은행의 주 고객으로 성장하게 된다”며 “은행의 향후 성장을 위해 지금 적극적인 고객 확보 노력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픈뱅킹 실적을 KPI에 반영해 직원을 독려하는 것은 은행의 정상적인 영업활동”이라며 “예·적금 상품 판매 실적을 KPI에 반영해 직원 성과를 측정하는 것과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은행들의 적극적인 오픈뱅킹 경쟁이 당국의 보이지 않는 압박에 따른 결과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오픈뱅킹이 금융당국인 금융위원회의 핵심사업인 만큼 당국의 눈치를 봐서라도 적극적으로 가입을 유도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향후 금융위에 오픈뱅킹 가입실적이 모두 보고될 건데 특정 은행이 지나치게 실적이 저조하면 눈에 띌 수밖에 없다”며 “한 은행이 적극적으로 가입자 유치에 나서면 다른 은행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