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밍 총공’ 배우는 5060…송가인이 이끈 변화

‘스밍 총공’ 배우는 5060…송가인이 이끈 변화

‘스밍 총공’ 배우는 5060…송가인이 이끈 변화

기사승인 2019-11-07 07:00:00

예순을 바라보는 A씨는 20여일 전 음원사이트 ‘멜론’에 처음 가입했다. 4일 공개된 가수 송가인의 첫 정규음반 ‘가인’(佳人) 수록곡들을 ‘스밍’하기 위해서다. 언제 어디서든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휴대전화 요금제도 데이터 무제한으로 바꾸고, 혹 음악 소리가 너무 커 주위 사람에게 피해를 줄까 블루투스 스피커도 샀다. 70대 남성 B씨도 요즘 “종일 멜론에서 산다”고 했다. 스트리밍, 하트 누르기, 아지톡에 글 남기기 등 할 일이 산더미 같다.

송가인의 팬카페 ‘어게인’(Again)은 지난 3일간 그 어느 때보다 북적였다. 송가인의 데뷔곡을 성인가요 차트 1위에 올리자는 염원이 한데 모인 결과다. 게시판에는 스트리밍 방법을 묻는 글과 이에 답하는 글, 스트리밍을 독려하는 글 등이 쉼 없이 올라왔다. 운영진은 음원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는 방법을 시작으로 가입하기, 하트 누르기, 이용권 구매하기, 스트리밍 및 다운로드하기 등의 방법을 일찍부터 안내해왔다.

멜론에 따르면 5일 송가인의 이번 음반 타이틀곡 ‘엄마아리랑’을 들은 2만1550명 중 46%가 40대 이상이다. 또 다른 타이틀곡 ‘이별의 영동선’의 경우, 40대 이상 감상자의 비율이 51%나 된다. 실시간 차트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수 아이유의 신곡 ‘러브 포엠’(Love Poem)은 10~30대 감상자 비율이 81%로 압도적이다. 40대 이상의 중장년층과 70~80대 노년층이 ‘송가인 열풍’을 이끈 셈이다.

열성적인 응원 방식이 아이돌 팬덤의 그것과 비슷하지만, 송가인의 팬덤은 그보다 더 나아간다. 3일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송가인이 단독 콘서트를 열었을 당시, 그의 ‘퇴근길’을 경호하고, ‘인간 울타리’가 돼 질서를 유지한 이들은 다름아닌 팬카페 임원들이었다.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선 전국 각지의 팬카페 지역장들이 송가인이 방문할 행사장을 미리 답사한 뒤, 동선과 주차 위치를 파악해 매니저에게 전달하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온라인 문화가 익숙지 않은 팬들을 위해 도우미를 자처하는 이들도 많다. 댓글이나 채팅은 물론, 전화를 걸어서까지 도움을 주고, ‘온라인 자원봉사단’을 꾸려 다른 가수의 팬덤과도 소통한다.

무엇이 이들을 송가인에 열광하게 했을까.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송가인은 트로트에 대한 선입견과 오해를 깨뜨린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송가인은 민요 창법을 바탕으로 정통 트로트를 구사하지만,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을 통해 여러 장르를 소화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는 설명이다. 한편, 생계를 위해 비녀를 만들어 팔면서도 가수의 꿈을 놓지 못하다가 8년여의 무명 생활을 청산했다는 송가인의 과거사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단단해진 팬들과의 유대는 아이돌 스타들의 성공 공식을 떠올리게 만든다. ‘고난 극복’의 서사를 통해 팬덤의 결속력이 강화됐다는 측면에서 아이돌 스타들의 팬덤과 접점을 갖는다. 

덕분에 엔터테인먼트, 특히 가요 시장에서 줄곧 소외돼왔던 중장년과 노년의 트로트 애호가들이 자신들 나름의 체계와 결집력을 갖춘 팬덤으로 진화했다. 10~30대가 주 소비층을 이뤘던 대중문화계에선 보기 드문 현상이다. 정덕현 평론가는 “‘송가인 신드롬’의 핵심이 바로 이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트로트라는 장르가 ‘옛날 노래’ 정도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었는데, (송가인과 송가인의 팬덤이) 이 음악을 중심으로 끌어왔다”면서 “트로트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그간 주류에서 소외되던 입장이었는데, 송가인이 이들을 대변해주는 인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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