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가격정찰제 확대…넘어야 할 산은?

아이스크림 가격정찰제 확대…넘어야 할 산은?

기사승인 2019-11-08 03:00:00

아이스크림 업계가 소비자 가격 신뢰도 회복을 위해 가격정찰제에 나선다. 그러나 ‘큰손’인 일선 슈퍼마켓의 반발은 물론 채널 다변화로 인해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 왜 아이스크림은 가격표가 없을까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빙그레는 내년부터 자사 제과형 아이스크림인 붕어싸만코와 빵또아 등에 대해 가격 정찰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는 소매점별 가격차이가 커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일선 슈퍼 등 판매채널별 가격이 상이한데다 같은 일선 슈퍼끼리도 최대 30% 이상 가격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앞서 빙그레는 지난해 ‘투게더’와 ‘엑설런트’ 등 카톤 아이스크림 제품에 대한 가격 정찰제를 도입한 바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아이스크림 가격 정찰제 확대를 통해 소비자의 가격 신뢰를 높이고 무분별한 출혈 경쟁이 아닌 더 좋은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가격 정찰제는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한 선제적 대응으로 풀이된다. 그간 빙그레를 포함해 롯데제과, 롯데푸드, 해태제과 등 빙과4사는 과도한 할인덕에 빙과 부문에서 실적악화에 허덕여야했다. 

일각에서는 최종 판매자가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오픈 프라이스’ 제도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앞서 정부는 2011년 오픈프라이스 제도를 도입하며 건강한 가격경쟁을 기대했지만, 판매가를 높인 뒤 할인해 판매하는 꼼수 등으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

유통구조도 문제다. 제조업체에서 출고된 제품들은 직영영업점이 또는 대형대리점을 거쳐 동네슈퍼로 납품된다. 유통마진을 위해 할인율을 제시하는 대형대리점의 요구도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무시하기 어렵다. 

앞서 빙과업계는 2016년 이같은 변칙가격을 막기 위해 권장소비자가 표기 방식으로 가격 정찰제를 도입한 바 있다. 그러나 아이스크림 제품의 ‘큰손’인 일선 슈퍼마켓의 반발에 막혀 흐지부지됐다. 가격이 적혀있을 경우 미끼상품으로 활용하기 위한 50%, 70% 할인이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 채널 다변화도 골치… 소비자 저항도 숙제

아이스크림 할인점과 온라인 판매채널 확대 등도 골치다. 

2010년 영남지방에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수도권 인근과 최근 서울 내 주택가까지 난입한 상태다.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인건비와 인테리어 비용이 적고 냉동쇼케이스, 그리고 제품만 있으면 돼 고정비가 낮은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강점은 고스란히 제품 가격에 반영돼 동네슈퍼보다도 낮은 가격을 형성한다. 바·제과 형태 아이스크림은 500원 수준, 콘 800원, 통 형태 아이스크림은 3500원 수준이다. 이는 가격정찰제가 적용된 제품의 절반 수준이다.

온라인 채널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온라인 도매상도 늘어나고 있다. 제품을 보관할 장소만 있다면 따로 매장을 마련하지 않아도 돼 가격을 상대적으로 더 낮출 수 있다. 가격정찰제를 통한 선순환이 어려워지는 원인이다. 

소비자를 등에 업기도 어렵다. 이미 반값 할인 등이 적용된 가격에 익숙해진 만큼, 가격정찰제가 적용된 제품에 대한 저항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값 할인으로 손님을 끌어들이는 일선 수퍼마켓 입김으로 가격정찰제가 곧바로 효과를 보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소비자들 역시 반값 이상 할인된 가격을 정가로 인식하고 있다보니 소비자 반발 역시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타 제조업체, 그리고 판매채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가격정찰제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어려울 수밖에 없다”면서 “그러나 제조업체 입장에서 얽힐대로 얽힌 잘못된 구조를 고치기 위해 나섰다는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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