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힘내세요” “수능대박” 2020 수능시험장, 응원 열기로 ‘후끈’

“끝까지 힘내세요” “수능대박” 2020 수능시험장, 응원 열기로 ‘후끈’

기사승인 2019-11-14 09:27:45

“마지막으로 딸에게 해 준 응원이요? 그냥 평소처럼 잘 갔다 오라고 했어요. 다른 말 하면 그 자리에서 둘 다 울까봐…”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4일 오전 서울특별시교육청 제 15시험지구 제 18시험장인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는 영하로 떨어진 수능한파에도 불구하고 수험생들을 응원 나온 부모, 교사, 후배들의 응원 열기로 후끈했다.

보성여자고등학교, 상명대학교 사범대학 부속여자고등학교, 배화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은 오전 5시30분부터 북과 장구, 응원 피켓 등을 들고 삼삼오오 정문 앞에 모여들었다.

후배들은 ‘수고했어, 너의 능력을 보여줄 시간’ ‘배화 선배님들! 힘내세요’ ‘수능을 망칠 수능 없지’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선배들을 응원했다. 다른 학교 학생들과의 기 싸움에 밀리지 않겠다는 듯 장구와 북을 두드렸다. 목청껏 교가와 찬송가를 부르기도 했다.

배화여고 2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응원 열기로 추운 줄도 모르겠다”면서 “3년 동안 선배들이 너무 고생 많았다. 이제 끝날 일만 남았으니 끝까지 힘을 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교문 앞에서 학생들을 안내하고 어깨를 다독여줬다. 상명대학교 사범대학 부속여자고등학교의 익명을 요구한 한 교사는 “아이들에게 여태까지 너무 잘해서 기특하고 고맙다고 말해줬다”고 했다.

갑자기 들이닥친 수능 한파에 수험생들은 두꺼운 점퍼 차림에 도시락, 방석 등이 든 봉투를 들고 교문에 들어섰다. 마지막까지 깨알같이 노트에 적은 필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수험생들도 있었다. 

함께 온 학부모들은 자녀를 꼭 안아주며 손에 정성스럽게 싼 도시락을 쥐여줬다. 교문 안으로 자녀가 사라진 뒤에도 교문 앞을 차마 떠나지 못했다. 자녀가 수험장에 들어간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한 뒤에서야 뒤돌아 눈물을 훔치는 아버지도 있었다.

학부모 김호경(44·여)씨는 “아이가 좋아하는 햄 야채 볶음밥과 따뜻한 갈비 국물을 도시락으로 쌌다”면서 “특별히 해준 말은 없다. 다른 말을 하면 눈물을 쏟을 것 같아서 그냥 잘 갔다 오라고 평소처럼 말했다”고 했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인 김씨는 “그저 긴장하지 말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자녀가 수험장에 들어간 뒤에도 한참을 교문 앞에 서 있던 학부모는 “혹시라도 아이가 뭘 빼놓았다고 찾을까봐 기다리고 있다”면서 좀처럼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같은 날 오전 7시, 서울특별시교육청 제15시험지구 제1시험장으로 지정된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도 열띤 응원전이 펼쳐졌다. 서울 환일고등학교·용산고등학교·동성고등학교·중앙고등학교·서울과학고등학교의 교사와 응원단이 모여 각자 학교 이름과 함께 “선배님 수능대박”을 외쳤다. 각 학교의 응원단은 이날 오전 6시부터 교문 앞에 모였다. 

갑작스레 몰아닥친 ‘수능 한파’에 수험생들은 롱패딩, 목도리 등으로 중무장을 한 모습이었다. 응원단으로 참석한 학생들도 발을 동동 구르며 응원을 이어갔다. 교사들은 고사장으로 향하는 학생 한 명 한 명을 포옹하며 어깨를 토닥였다. 

오전 7시15분,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이 경복고 앞에 ‘깜짝’ 등장했다. 조 교육감은 수험생, 응원단의 손을 마주 잡고 격려했다. 그는 “긴장의 시간을 보냈을 모든 수험생들이 자신의 평소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기를 바란다”며 “학부모들께서는 오늘 시험을 마치고 온 따뜻하게 안아달라”고 말했다.
입실 종료 시간이 임박한 오전 7시50분이 되자 일부 학생들은 교문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오전 7시55분 오토바이를 타고 교문 앞에 도착한 학생도 있었다. 학생을 태워 온 ADT캡스 소속 이진호씨는 “학생이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앞에서 늦었다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기에 태워왔다”고 말했다.  

고사장을 찾은 학부모들은 자녀가 들어간 교문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교문이 닫힐 때까지 앞에서 기도하는 학부모들도 있었다. 경복고 앞에서 만난 학부모 정모(50·여)씨는 “어제까지 아들을 위해 백일기도를 했다. 눈물이 주르르 나더라”며 “최선을 다했으니 떨지 않고 별일 없이 마쳤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학부모 이미경(48·여)씨도 “열심히 했으니 잘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오늘 아들이 돌아오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해줄 것”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전국 86개 시험지구의 1185개 시험장에서 치러진다. 지난해보다 4만6190명이 줄어든 54만8734명이 지원했다. 1교시(08:10~10:00) 국어영역을 시작으로  2교시 수학(10:30∼12:10), 3교시 영어(13:10∼14:20), 4교시 한국사·탐구(14:50∼16:32), 5교시 제2외국어/한문(17:00∼17:40) 순으로 진행된다.

정진용, 이소연 기자 jjy4791@kukinews.com/ 사진=박효상, 박태현 기자 tina@kukinews.com

정진용, 이소연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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