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한에 “금강산 내 남측시설 일방철거를 단행하겠다”고 경고하는 동시에 미국을 향해서는 ‘임의의 장소와 임의의 시간에’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 통미봉남(通美封南, 한국을 배제한 채 미국과 협상)이 고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5일 ‘금강산은 북과 남의 공유물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내 “지난 11일 남조선 당국이 부질없는 주장을 계속 고집한다면 시설 철거를 포기한 것으로 간주하고 일방적으로 철거를 단행하는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고 말했다.
북한은 또 금강산 개발에 남한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조선중앙통신은 “세계 제일의 명산(금강산)은 명백히 북과 남의 공유물이 아니며 북남 화해 협력의 상징적 장소도 아니다”라며 “우리의 금강산을 민족 앞에 후대들 앞에 우리가 주인이 되어 우리가 책임지고 우리식으로 세계적 문화 관광지로 보란 듯 훌륭하게 개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미국을 향해서는 유화적 제스처를 취했다. 북측의 비핵화 실무협상의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14일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면 임의의 장소에서 임의의 시간에 미국과 마주앉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미국 국무성 특별대표 스티븐 비건이 제 3국을 통해 북미 쌍방이 12월 중에 다시 만나 협상하기를 바란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며 이같이 발언했다.
또 북한은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한미 군사훈련 축소 가능성을 시사한 것에 대해서도 즉각 긍정적 반응을 내놨다. 에스퍼 장관은 지난 13일 북한과의 외교적 협상을 증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면 한국에서 실시하는 미국의 군사훈련을 조정할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했다. 이에 김영철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노동당 부위원장)은 전날 심야 담화를 내고 “조미 대화의 동력을 살리려는 미국 측 긍정적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한다”고 화답했다.
북한의 최근 행보를 두고 또다시 통미봉남 전략을 구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 같은 우려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제기됐다. 지난달에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을 찾아 “너절한 남측시설들을 싹 들어내라”고 지시한 다음 날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지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이 친분관계가 굳건하며 서로에 대한 신뢰심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이에 통미봉남 고착화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지난달 24일 ‘최근 북한 정세 브리핑’ 자료를 통해 현 상황에서 통미봉남 프레임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남측의 역할이 축소되지 않도록 사전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