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방 난임 사업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근거가 불충분한 한방 난임 사업으로 인해 오히려 난임 여성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다.
대한한부인과의사회는(직선제)는 지난 19일 성명을 내고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약제를 통해 난임 치료를 한다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김동일 동국대 일산한방병원 교수팀은 난임 여성 90명 치료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방 난임 치료 후 임신율이 14% 정도로 인공수정과 유사한 수준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난임 치료에 쓰이는 침술이나 한약을 표준화할 수 있는지 우선 검토한다는 입장을 보였고 복지부 관계자는 “조만간 표준 임상진료지침 관련 회의를 열 예정”이라며 “지침이 만들어져 비용 추계가 가능하면 국가 지원 여부와 수준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의료계는 한방 난임 치료 연구와 결과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이 연구 결과에 대해 ▲대조군없는 임상 연구로 치료의 유효성을 입증할 수 없다. ▲인공수정 1시술 주기당 임신 성공률을 한방 난임 치료 7개월간의 누적 임신 성공률과 비교하는 오류를 범하였고 1주기 당 임신 성공률로 환산하면 임신 성공률 1.6%로 인공수정 임신율의 1/8도 되지 않는 결과이다. ▲임신 성공이 한방치료의 결과인지 자연임신인지 전혀 밝혀내지 못하였다. ▲ 13명의 임신 중 무려 5명 (38.5%)이 유산되어 인공수정 유산율 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등의 근거를 들어 비판하기도 했다.
산부인과 의사회는 "한방 약제에 대한 안정성에 대한 우려는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으며 특히나 임신 초기에 한방 약제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홍콩 연구팀도 2012년 연구발표를 통해 '임신 중에 약초를 임상적으로 사용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며 경고했다"며 "모든 의학 제품과 치료 과정은 표준화된 품질, 안전성, 효능 측면에서 적절한 수준의 평가를 동일하게 받아야 한다는 것이 현대의학의 기본 지침인데 한방 약제는 이와 같은 표준화된 규제를 받지 않고 사용되고 있고 임신 초기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약제를 통해 난임 치료를 한다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난임 치료의 전문가인 산부인과 의사는 1978년 체외수정으로 임신과 출산을 성공시킨 이후 급속한 의학 발전으로 난임이 하나하나 해결되어 난임 부부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난임의 진단과 치료는 난임 전문가인 산부인과 의사의 영역이며 뚜렷한 과학적 근거 및 데이터에 준해서 시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4년간 6억 2천만 원이라는 혈세를 투여해 90명 중 13명에게 임신을 성공시키는 초라한 연구결과를 얻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한방 난임 치료를 표준화할지 검토하고 지침을 만들어 정부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며 "이에 우리 의사회에서는 난임 치료의 효과와 안정성이 과학적으로 전혀 확보되지 않은 한방 난임 치료에 대한 지원 사업을 즉각 재검토하고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난임으로 고통받는 난임 부부에게 적절한 치료 방법과 시기를 놓치게 하여 신체적, 정신적으로 피해를 주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