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평’ 외친 文정부, 뒤론 ‘낙하산’ 500명 투하

‘탕평’ 외친 文정부, 뒤론 ‘낙하산’ 500명 투하

채용비리, 노사갈등, 사고로 이어져도 ‘캠코더 인사’ 여전해

기사승인 2019-11-22 06:00:00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국민과의 10대 약속’ 중 하나인 ‘탕평인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게다가 집권 하반기에 들어섰지만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의 대거임용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文정부의 낙하산 인사에 대한 분석결과를 지속적으로 발표해온 바른미래당은 지난 19일 “캠코더 천국 만들기가 문재인 정부의 핵심전략이냐”는 혹평을 다시금 내놨다. 노영관 바미당 대변인은 “지금까지도 공공기관에 내려보낸 낙하산 인사가 5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고 질타했다.

실제 바른미래당 집계결과, 2019년 8월말 기준 347개 기관의 감사와 기관장을 포함한 3368명의 임원 중 515명이 문재인 정권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인사들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기관 임원 5명 중 1명이 ‘낙하산’이었던 셈이다. 심지어 이는 지난 3월 434명이라고 발표된 후 8개월 만에 81명이 더 늘어난 결과다.

기업평가사이트인 ‘CEO스코너’가 지난달 27일, 국내 339개 공공기관에 재임 중인 기관장, 감사, 상임이사 등 총 1031명의 출신이력을 전수 조사한 결과, 62명(6%)이 정계출신이었다. 이들 중 감사가 32명으로 가장 많았고, 절반이 넘는 19명(59%)이 대선캠프 출신이거나 여당 혹은 뜻이 맞는 코드인사였다. 심지어 기관장 18명 중 13명(72.2%)도 ‘캠코더’였다.

이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년 만에 기관장은 2배 이상, 감사도 33.3%가 증가한 결과다. 여기에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후 공공기관 임명·제청 현황만을 분석해 “기재부 장관이 임명ㆍ제청한 공공기관 임원 329명 중 185명(56.2%)이 캠코더 인사”라고 지적하며 ‘공정사회’가 오히려 악화됐다고 비난한 바도 있다.

문제는 낙하산 인사가 채용비리나 부실경영 등의 2차 문제를 야기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점이다. 

문재인 정부 낙하산 인사현황을 발표하며 바미당은 “올해 2월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공공기관 채용실태 정기 전수조사’를 살펴보면 채용비리 문제로 수사의뢰나 징계요구 대상 공공기관만 60개에 달한다. 이 중 낙하산 인사가 있었던 기관이 무려 65%”라며 “수치만 봐도 공공기관 채용비리 문제는 낙하산 인사문제와 연관이 결코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낙하산 및 캠코더 인사의 가장 큰 문제는 자리에 걸맞은 역량이나 자질을 갖추지 못한 인물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라며 “전문성과 자질이 부족하고, 인사검증과정 역시 요식행위에 불과하니, 공공기관 실적은 형편없이 추락하고, 자리를 꿰찬 사람들이 무소불위 권력을 갖고 내부 채용비리, 또 다른 2차 낙하산 등의 전횡을 휘두르게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울한 고용 지표, 청년 실업, 공무원 쏠림 현상, 입시 비리 문제 등, 불확실한 미래로 고통 받는 청·장년 세대에게 있어 문재인 정부의 이러한 점은 반드시 개선시켜야 할 적폐 중의 적폐”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진정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정의로운 결과’의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뼈저리게 고민해 보기 바란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 현재진행형 ‘캠코더 인사’에 사회 곳곳서 우려감 ‘증폭’

하지만 일련의 우려나 지적에도 ‘캠코더 인사’ 기조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달 13일에는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한전원자력원료 상임감사로 이력서도 제출하지 않은 대전 시의원 출신이 선임되는가 하면 한국가스공사 자회사인 가스기술공사, 동서발전 등 에너지 공기업의 상임감사 및 임원 채용의 문제점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처럼 아직도 끝나지 않는 ‘캠코더’ 낙하산 인사논란으로 인해, 20일과 21일 연이어 불거진 ‘연말 개각설’을 두고도 걱정스럽다는 반응들이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 설영호 바른미래당 부대변인은 21일 “개각, 보은성 인사가 돼선 안 된다”는 논평을 발표하기도 했다.

설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차기 국무총리와 장관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사들의 면면을 보자니, 문재인 정부의 개각 수준이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대부분 여권의 정치인들이 거론되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위장된 보은성 인사’와 다를 바 없다”고 혹평했다.

실제 공석인 법무부장관을 포함해 6명 안팎으로 예상되는 이번 개각규모를 두고 하마평에 오른 인물들은 대부분 더불어민주당 출신 전·현직 국회의원들이다. 우선 당 복귀가 사실상 확정적이라는 이낙연 국무총리 후임으로는 정세균 전 국회의장과 4선의 김진표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두 인물 모두 더불어민주당에 적을 두고 있다.

여기에 법무부장관에 5선인 추미애 의원이,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의 후임으로는 역시 5선인 원혜영 의원이 임명될 것이란 말들이 돌고 있다. 총선 출마가 점쳐지고 있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후임으로도 여권인사가 언급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설 부대변인은 “각계각층의 인사와 전문가를 장관으로 데려와도 모자란 국난상황에서, 현장경험이 부족한 이들이 내각에 진입하게 된다면 국정혼란은 더욱 커질 것이 뻔하다”면서 “문재인 정부도 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로 그들만의 리그와 권력배분이 만연한 ‘정치 카르텔’에 예속돼있다. 정치권의 쇄신을 요구하는 시대적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부처만의 문제도 아니다. 현재 여객과 화물의 운송대란을 야기하고 있는 전국철도노동조합의 무기한 파업도 문재인 정부가 한국철도공사(코레일)로 투하한 ‘낙하산 CEO’의 부실경영과 그로 인한 잦은 사고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잦은 탈선사고로 지난해 옷을 벗은 오영식 전 사장이 정부 승인도 없이 권한에도 없는 충원을 약속해 파업을 초래했다는 것.

게다가 3개월째 공석인 한국자금중개 사장직에 금융위원회나 기획재정부 출신 인사가 올 것이라는 하마평이 거론되자 금융계도 들썩인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21일 성명을 내고 “한국자금중개는 그간 관료출신 낙하산 인사의 폐해를 심각하게 겪어왔다. 민간기업 사장직을 퇴물 관료에게 선물하는 노후대책으로 취급하지 말라”는 뜻을 강하게 피력했다.

한편 일련의 지적에 대해 한 진보성향의 정치평론가는 “이명박, 박근혜로 이어지는 보수정권으로 인해 노무현 정권 이후 쌓인 은혜를 해소하는 과정이었던 듯하다”면서 “캠코더 인사를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결과를 보고 이야기해야한다. 인사의 적절성이나 공정성은 미래의 역사가 판단할 것”이라고 두둔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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